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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가장 좋은 국어는 '한글 + 漢字'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고 나서 정음(正音)이라고 하였는데 앞에 훈민이라고 붙인 것은 신하들이 충성심에서 붙였다고 한다. 임금님이 백성을 가르치시기 위해 만든 소리글자라는 뜻이 '훈민정음(訓民正音)'이다. 세종께서 한글을 창제하실 때는 한자와 함께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었다고 한다. 한자는 표의문자(表意文字)라 일반백성이 배우고 사용하기가 어려워 표음문자(表音文字)인 한글을 만들어 함께 사용했던 것이다.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와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이 한글의 첫 실험책자였다고 한다.

5.16군사정권이 한자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글전용정책을 쓰기 시작한지도 벌써 50년이 되었다. 쉽고 편한 것에 길 들여지면 우리 것을 잃어버리기 쉽다. 중국도 한자가 어렵다고 간화자(簡化字)를 사용해보니 젊은이들이 고전을 못 읽고 그 들의 고유한 전통문화가 단절위기에 처하자 다시 정자체를 사용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 동안 한자를 부분적으로 배우고 사용해 왔지만 50대까지도 한글세대로 본다면 우리국민의 약 2/3는 한자를 안 배운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한자를 배운 세대가 세상을 떠나면 국어 문명의 암흑기가 올수 있다고 식자층에서 걱정을 하고 있다. 후세들에게 우리국어인 한자를 가르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한자교육 활성화가 논의 되고 있다.

우리조상(동이족)이 한자를 만들고 사용해 왔다는 사실이 국내학자의 연구와 고증을 통해 밝혀지고 있고 중국의 많은 석학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의 국어정책은 한글전용으로 초등학교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에 중·고등학교는 한문을 제2외국어로 분류하고 선택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우리의 국어 교과서를 자세히 살펴보자. 한글전용정책에 따라 한글로 표기만하고 있을 뿐 약70%의 한자 어휘를 한글로만 표기하여 가르치고 있다. 한자로 표기하면 그 어휘의 뜻이 분명하며 이해가 쉽게 되는데도 한글로만 표기하기 때문에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여 독해력이 떨어지고 있다.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앞뒤의 문장을 비교하면 이해가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사기'라는 어휘는 그 어휘가 20여개가 넘을 정도로 많은데 앞뒤문장을 통해 그 뜻을 이해하라는 것은 어둠속에서 물건을 찾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기(史記), 사기(士氣), 사기(沙器), 사기(砂器), 사기(詐欺), 사기(事記), 사기(寺基), 사기(私記), 사기(邪氣), 사기(辭氣), 사기(四氣), 사기(四機), 사기(死期), 사기(社旗), 사기(射騎) 등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한글 '사기'로만 표기한다면 그 뜻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언어가 형성되는 초등학생들에게 한자교육은 우리 언어의 어휘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것이다. 별도로 한문시간을 두고 가르치자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 내용 중 해당 학년 수준에서 알아야 할 한자를 한글 옆에 써서 그 뜻을 바르게 알도록 가르치면서 고사성어가 나오면 풀이하여 가르치면 인성교육에 더 없이 효과적이다. 시험지의 지문을 읽기는 해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독해력이 생겨서 학습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국어인 국어교육을 잘한 바탕위에 외국어를 배워야 민족의 정체성과 올바른 전통문화와 인성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고전은 한자를 알아야만 그 뜻을 정확히 이해 할 수 있는데 조상들의 가르침이나 역사, 전통, 미풍양속 등이 모두 단절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걱정을 하고 있다. 세계 속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인 유대인은 어릴 때부터 자기들의 언어는 물론 역사, 생활풍습, 전통, 종교 등을 가정에서 3대가 함께 살며 가르쳐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서양에서 한자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는데 한자문화권에서 외면하면 되겠는가?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에 대비하여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한글과 한자를 조화롭게 가르치고 사용하는데서 출발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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