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사람이 많은데, 숙면에 있어서 열대야보다 더 무서운 훼방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코골이인데, 코를 골면 그 옆에 있는 사람도 힘들게 한다. 특히 코골이는 남성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갱년기 여성들에게도 많이 나타난다.
잠잘 때 소리 내며 코를 고는 것, 그리고 눕자마자 곯아떨어지는 것, 배를 곯는 것은 어떻게 구별할까. 먼저 사전을 찾아보자.
‘골다’
(‘코’를 목적어로 하여) 잠잘 때 거친 숨결이 콧구멍을 울려 드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다.
- 그 사람 코를 고는 소리가 요란해서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 내가 방문했을 때 그는 세상모르고 코를 골고 있었다.
- 술을 많이 마셨는지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았다.
‘곯다1’
1. 속이 물크러져 상하다.
- 달걀 곯은 냄새/
- 홍시가 곯아서 먹을 수가 없다.
2. (비유적으로) 은근히 해를 입어 골병이 들다.
- 객지 생활을 오래 해서 몸이 많이 곯았다.
‘곯다2’
(‘배’를 목적어로 하여) 양(量)에 아주 모자라게 먹거나 굶다.
- 배 곯지 말고 밥을 잘 챙겨 먹어라.
- 어머니는 객지에서 배를 곯고 있을 아들 생각에 밥 한 술 뜨지 못하였다.
‘곯다3’
1. 담긴 것이 그릇에 가득 차지 아니하고 조금 비다.
- 자루가 커서 한 가마 가까이 담았는데도 여전히 곯아 있다.
2. 한 부분이 옹골차지 아니하고 폭 꺼지다.
- 말라서 속이 곯아 있는 밤.
‘곯아떨어지다’
몹시 곤하거나 술에 취하여 정신을 잃고 자다.
- 술에 곯아떨어지다.
-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에 곯아떨어지다
‘골다’는 ‘코’를 목적어로 한다. 자면서 코를 고는 일을 코골이라고 한다. ‘코 고는’는 통사적 구조가 목적어와 서술어의 관계다. 따라서 단어별로 띄어 써야 한다. 참고로 ‘헛코골다’라는 동사가 있다. 이는 ‘자는 체하느라고 일부러 코를 골다’는 뜻이다.
‘곯다’는 하나의 소리에 서로 관계가 없는 의미가 여럿 결합되어 있다. 이 단어들을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라고 한다. 이 단어들은 서로 다른 단어가 우연히 같은 소리를 내게 된 것이지 의미와는 관련이 없다. 우리말에는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동음이의어가 많은데, 간혹 ‘곯다’와 같은 고유어도 있다.
‘골다’와 ‘곯다’는 받침과 발음에 주의해야 한다. ‘골다’는 [골ː다]라고 길게 발음하고, ‘곯다’는 [골타]라고 짧게 발음한다. 활용할 때도 전자는 ‘골아/고니/고오’라고 하고, 후자는 ‘곯아/곯으니/곯는/곯소’라고 한다.
‘곯아떨어지다’는 잠을 잔다는 행위에서 어원이 ‘골다’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두 단어 사이는 관련성이 없다. 오히려 몸이 ‘곯아’, 정신을 잃고 잔다는 의미에서 ‘곯다’와 ‘떨어지다’가 합성어를 이루었다는 판단이 합리적이다.
‘곯아떨어지다’와 비슷한 의미의 단어로 ‘곤드라지다’는 동사가 있다. 이 단어 역시 ‘몹시 피곤하거나 술에 취하여 정신없이 쓰러져 자다.(술에 만취하여 곤드라지다)’라는 뜻이다. ‘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명사 ‘고주망태(몸도 못 가눌 만큼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셨다)’도 많이 쓴다.
참고로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하고 속으로 깊이 든 병’을 ‘골병(골병이 들다)’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의 ‘골’의 어원은 ‘골다/곯다’와 관련성을 알기 어렵다. 뜻풀이로 볼 때, ‘골병’의 어원은 ‘골(골수)+병(病)’, ‘골(骨)+병’, ‘곯+병’ 등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중 어느 것이 정확한 어원인지는 판단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어원을 알지 못하고 소리 나는 대로 ‘골병’이라고 적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