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미디어는 불특정 다수에게 대량의 정보를 전달한다. 그리고 수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방송과 신문에 나왔다는 것만으로 특별한 지위가 부여된다. 언어 표현도 마찬가지다. 방송과 신문에 나온 언어는 대중이 신뢰하고 모범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미디어의 언어 표현은 신중해야 한다.
○ 수영복 입은 미코 진 이성혜의 우월한 기럭지
2011 미스코리아 본선대회에서 진을 차지한 이성혜가 수영복 심사에서 우월한 기럭지를 선보이고 있다(경향신문, 2011년 8월 4일).
‘기럭지’는 키와 관련된 표현이다. 일부 지방에서 사용하는 방언이라고 알려져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표준어를 비롯하여 방언도 약 20,000 개의 단어를 수록했지만 여기도 없다. 이를 신문에 표제어로 쓰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러한 언어는 국어의 혼란을 부채질한다. 하물며 신문에서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베테랑 가수’ 인순이 ‘나가수’ 출격!
베테랑 가수 인순이(54)가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 출격한다(스포츠서울, 2011년 8월 4일).
여기는 크게 문제 삼을 표기는 없다. ‘베테랑(<프>vétéran)’은 국어사전에서 ‘숙련가’, ‘전문가’, ‘전문인’으로 순화하기를 권하고 있지만, 언론사에서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출격’은 다르다. 표현이 과하다. ‘출격’은 ‘자기 진지(陣地)나 기지(基地)에서 적을 공격하러 나감’이라는 전쟁 용어다. 이러한 난폭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지나치다. 사실에 부합되는 ‘출연’이라는 언어 표현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
○ 차남의 그렌져 자동차를 명의이전 전에 실제 사용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경찰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는데 한 내정자가 동의를 하지 않아 자료를 받을 수 없었다(파이낸셜뉴스, 2011년 8월 4일).
‘그렌져’는 우선 두 번째 음절에 모음이 오타라고 짐작이 간다. 그러나 끝 음절의 이중모음 표기는 늘 틀리는 것이다. 외래어 표기를 할 때 국어에서는 ‘져’는 ‘저’로 발음된다. ‘져’뿐만 아니라 ‘쟈, 죠, 쥬, 챠, 쳐, 쵸, 츄’가 ‘자, 조, 주, 차, 초, 추’로 발음된다. ‘ㅈ, ㅊ’이 이미 구개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중 모음의 표기는 무의미하다. ‘주스, 텔레비전’도 마찬가지다.
○ 장한 동부 핸드볼팀, 화이팅!
동부초 태백산기 전국 종합 핸드볼대회 준우승 수상(짱짱뉴스, 2011년 8월 1일).
‘화이팅’은 ‘파이팅’이라고 한다. 외래어는 국어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는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다. ‘파이팅’을 ‘화이팅’이라고 하는 것은 일본어의 영향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ㅍ’과 ‘ㅎ’의 구분이 모호하다. 그들은 사진을 찍을 때 쓰는 전등을 ‘후래시’(flash)라고 읽고, 달걀을 살짝 튀기는 것을 ‘후라이’(fry)로 읽는다. 우리는 ‘플래시/프라이’라고 바르게 읽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첨부화일’이라는 표현도 ‘첨부파일’(-file)이 맞다.
오늘날 외국어 교육에 지나치게 몰입해 국어 교육이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방송과 신문 등이 바람직하지 않은 언어 표현을 해 국어를 변질시킨다면 큰일이다. 과거에는 바른말을 구사하지 않는 방송인은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런 사람이 더 많다. 분명한 것은 방송과 신문의 언어 형식은 대중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방송과 신문이 엉터리 국어를 쓴다면 국가에서 막대한 예산과 투자로 국어 교육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 결국 미디어의 잘못된 언어사용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낭비하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