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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나는 교사다

문득 6교시 5반 교실을 향하면서 이런 건방진 생각을 했다. ‘정말 내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들은 후회 할꺼야!’ 라고 말이다. 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가? 하지만 강산이 두 번 이상 변할 만큼의 세월을 교사로 살아온 교사로서 자신감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세월이 그 전문성을 다 말 해주지는 않는다.

기존의 가수들이 자신들의 노래 실력을 겨루는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시청자들은 즐거움뿐만 아니라 감동까지 느끼고 있다. 그래서 ‘나는 검사다, 나는 실세다’와 같은 패러디까지 나왔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왜 시청자들은 이러한 가요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것일까?

뭐라 해도 가수들의 진정한 노래 실력이 관건이다. 댄스, 외모 등으로 승부하는 아이돌 가수와는 달리 순수하게 가창력으로만 승부한다. 그리고 자신의 곡에만 안주하지 않고 다른 가수의 곡을 자신에 맞게 편곡하여 부른다. 그래서 같은 노래지만,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거기에다 모든 열정을 담아서 노래한다. 임재범이라는 가수는 자신의 노래에 취해서 ‘눈물’까지 흘렸다. 스스로 만족했다는 의미이다. 가히 진정한 ‘가수’라 할 수 있다.

가수가 무대 위에서 노래로 팬들에게 감동을 주듯이, 나 역시 교실에서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감동을 주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교사다’의 교사보다는 아이돌 가수처럼 잡다한 것들로 치장되어 있다. 딱히 ‘이거다’라고 할 수 있는 히든카드가 없다. 그래도 교사로서 지금껏 열심히 노력했고, 전문성을 위한 공부도 꾸준히 했다. 그래서 다른 교사들만큼 나름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의 가수처럼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수업을 하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항상 스스로가 불만족스럽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아이돌 가수처럼 비주얼(외모)로 교사 생활을 할 수 없다. 나도 나이를 먹고, 젊고 잘생긴 교사들이 치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나는 아직은 교사가 아니다. 열정을 담아서 수업을 하고, 수업으로 학생들을 감동시킬 수 있을 때야 나는 교사다. 가창력 있는 가수가 진정한 가수이듯이, 수업으로 인정받는 교사가 진정한 교사이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는 교사다'라고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회의가 들었다. 그럼 과연 진정한 프로는 무엇인가? 새삼 진부하지만 교사의 전문성에 대해 짚고 나가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 보면 나는 교사 이전에 한 직업인으로서 지금까지 근무해온 것 같다. 수업뿐만 아니라 다른 교육적 모든 요소에서 학생들에게 귀감이 되는 존재가 되지 못 했던 것 같다. 턱없이 부족한 그냥 흉내만 내는 기능적인 교사였다.

더더욱 요즘같이 오디션이 판치는 생존 경쟁사회에서는 오로지 일등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 교사도 이런 추세에 예외일 수가 없다. 점점 최고만이 생존할 수 있고, 그 존재의 이유가 되는 풍토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성이란 찾아보기 어려운 척박한 분위기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오디션 시대는 하나의 흐름이요, 추세이다. 세상의 속에서 도도히 흐르는 하나의 대세를 거역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모든 분야가 경쟁의 시대이고 적자생존의 시대로 돌입한 이상 좌시만하고 있을 수는 없다. 분명한 자기 컬러가 없으면 그냥 도태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프로만이 살아남는 처절한 현실이다.

그럼 교육 현장에서는 어떤 프로를 원하는가?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산임에는 틀림없다. 그 현실적 대안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하기에는 많은 장애물이 있을 수 있다. 인간적 온정주의에 사로잡힐 가능성도 많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애매한 입장을 취한다면 결국은 모두 공멸하는 것이요, 후세들의 공익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 적어도 진정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혼이 담겨있고, 열정을 토해내야 하고 그리고 소명감을 토대로 한 체계적인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때 학생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교사를 위한 환경에 대하여 몇 가지 소견을 감히 제안해 본다.

우선 평가를 과감하게 받자.

학생 평가에만 익숙한 교사들은 이제까지 근무평정 외에 실제로 받아본 적이 없다. 평가에 왈가왈부 이견이 있을 줄 안다. 하지만 모든 기관에서 냉혹하리만치 이뤄지고 있는 평가를 우리 교사들도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세상사는 그리 쉽게 존재하지 않음을 잘 아는 처지에서, 이제는 냉정하게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우리안의 정화를 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우리 모두가 잘 살아갈 수 있는 길이요, 질적 상승의 시너지인 것이다. 물론 평가에 있어서 그 품격과 수준에 대하여 정성적 평가와 정량적 평가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좋은 교육에 필요한 제반 인프라를 구축하자.

다시 말해 평가 결과에 억울해 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평가의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누구도 평가의 영역에 예외일 수 없다. 그리고 평가는 평가를 위한 평가이어야 하고, 조직과 개인의 발전을 위한 긍정적 시너지이어야 한다. 평가 결과가 개인이나 조직의 feed-back(환류)이 되지 못하고 치졸한 등급 매기기나 인간 판정의 하위 부류의 매개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따라서 교사가 되는 길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된 다음부터 교사의 질적 고양을 위한 처방 또한 어려운 일이다. 무턱대고 ‘나는 교사다’라고 떠벌릴 일이 아니다. 세상사 알면 알수록, 더욱 깊고 어렵듯이 진정한 교사의 길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두 번의 강산이 변한 세월을 교단에서 보냈건만, 시간이 갈수록 늘 자신 없는 것이 수업이다. 분명 오늘 다르고 낼 다른 수업의 노하우를 많이도 겸비했으면서도 말이다. ‘수업에는 왕도가 없다’라는 말이 그냥 나왔겠는가?

한없이 비우고, 낮아지고, 준비하며 아이들과 호흡해 가면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탄력적 의사소통의 틀 속에서 나름의 전문성이 돋보일 때 최고의 수업이 이뤄지리라 여겨진다. 그러니까 갑자기 낼 수업이 몹시 기다려진다. 유머 넘치는 덕원이도 생각나고, 발음 좋은 영빈이도 보고 싶다. 오늘 밤 꿈속에서 내 수업에 감초들이 다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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