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을 벗어주세요. 그리고 눈을 감아요. 지금까지 사물을 느낄 때 언제나 눈으로 먼저 시작했지만 이곳에서는 촉각으로 먼저 흙을 만납니다"
온통 흙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찰흙으로 반죽된 바닥을 맨발로 걷는 기분은 어떨까. 흙으로 빚은 작은 굴을 물고기와 함께 지나가거나 흙두덩에 나만의 비밀을 털어놓는 느낌은…. 흙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형상을 만들고 던지며 놀 수 있는 체험공연 '어린이를 위한 다섯 가지 흙놀이-바투'가 5월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별관에서 열린다.
바투란 '두 물체의 사이가 아주 가깝게'라는 뜻의 순 우리말. 흙을 통해 사람들이 자연과 서로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공연 제목을 '바투'라고 붙였다고 한다. 전시장은 발바닥과 손바닥 방으로 나누어지는데, 공간은 200평정도. 발바닥 방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방이다. 흙을 찍어서 모양을 뽑는 '찍기 뽑기', 찰흙을 말아 과녁을 향해 던지기 등 다양한 놀이들은 오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손바닥 방에는 흙으로 빚은 커다란 움막이 세 개 있다. 장독대, 아궁이, 우물. 우물가에서는 10분 짜리 손 인형극도 볼 수 있다.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효심 지극한 효자인형 바투의 이야기를 날개 달린 천사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들려준다.
연극과 미술을 오가며 작업하는 작가 이영란 씨가 만들어낸 이 놀이는 2000년 9월 '제1회 부천어린이축제' 에서 처음 선보인 뒤 2001년 6월 프랑스 '오흐리 놀이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초청되기도 했다.
흙을 만지고, 밟고, 보고, 듣고, 냄새 맡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표정에선 시멘트와 아스팔트에 찌들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아이들 보다 더 신나 보이는 어른들의 모습도 적잖이 눈에 띈다. 역시 자연은 우리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소중한 존재인 모양이다. 지방 순회 공연도 계획중인 바투의 관람료는 2만원. 대학로 티켓박스에서 사랑티켓을 사면 1만5000원이다. 문의=(02)516-1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