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던 아이들의 대화 가운데 "00선생은 정말 맘에 안들어, 일목요연한 맛이 없단 말이야!" 라는 이야기가 들려 왔다. "난 그 OO 선생님 이야기만 들으면 밥맛이 떨어진다." 는 등 이야기는 계속 주변을 시끄럽게 할 정도였다. OO양은 은 +++선생님이 너무 싫다는 것이다. 수업 시간마다 매일 나와 문제를 풀게 하고 못 풀면 창피를 주거나 교편으로 때리기 때문이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과정에서 어느샌가 OO양은 +++선생님이 보기도 싫어졌고 그 선생님이 하는 말이라면 뭐든지 밉게만 들렸다. 그러다 OO양은 결국 그 과목을 포기하고 그 교과서만 봐도 그 선생님이 떠올라 공부가 지긋지긋해졌던 것이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싫어하는 사람이 전달한다면 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만큼 사실의 중요성을 떠나 아이들은 감정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어쩌다 귀에 들어올지라도 그 사람에 대한 나쁜 감정이 연합되기에, 그가 하는 모든 이야기가 싫어진다. OO양이 +++선생님의 모든 이야기를 싫어하게 된 것처럼.
이러한 현상은 의사전달자와 의사전달 내용 간에 감정 전이가 일어났기 때문에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독특한 매개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사람은 언어적 동물이다. 언어를 통해 상대방에게 자기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설득을 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이 ‘커뮤니케이션’이며, 수업은 이러한 선상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웃기면서 즐겁게 수업하는 선생님을 좋아한다. 실제로 어떤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재미있게 수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나에게 하기도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메시지를 학습하거나, 의사전달자에게 감동하여 그 사람의 말을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인 정보와 자신의 태도를 일치시키려고 하는 등의 적극적인 과정에 의해 일어난다. 00양의 사례에서 보듯이 커뮤니케이션은 연합되어 있는 두 개의 대상, 즉 의사전달자와 의사전달 내용에 대한 ‘감정’에 영향을 강하게 받아 이루어지기도 한다. 특히 어떤 사람이 의사 전달자이고, 그 사람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태도 변화의 효과는 매우 달라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이를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교육 현장의 아픔이다.
어쩔수 없이 수업시간이 오면 아이들을 만나야 하는 아픔 때문에 가슴이 조여온다면 상당한 수준의 수업거부성 스트레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 선생님 자신은 자기가 아이들에게 어뗳게 비춰지는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러니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리가 없다. 그래도 평상시 입만 열면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 말을 안듣는다'고 불평을 한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이 다른 선생님에게도 똑같은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때문에 선생님은 아이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이 없이 수업이 안된다고 불평하는 가운데 아이들은 더 멀어져가는 아픔을 계속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하는 교직생활이 죽을 맛이 되는 게 아닐런지?
똑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누가 전달했느냐에 따라 또 그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느냐에 따라 효과는 매우 달라질 수 있다는 명제를 찾아 고민한다면 아이들의 문제는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곧, 나의 문제였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 일상적인 삶이 즐겁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