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 KBS 9 뉴스 시간에 시민이 은행 강도를 잡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은행을 털려던 어설픈 무장 강도가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 은행 일을 보러왔던 용감한 시민이 한 방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이를 두고 은행 관계자의 인터뷰가 있었다. 인터뷰 내용은 자막으로도 나왔는데, 그대로 옮겨보면
“현장에 있는 고객분이, 나가는 피의자를 넘어뜨리면서 1차 제압을 했고, 저희 직원들이 같이 나와서……”
강도가 들어올 당시 은행 안에 있던 김 씨는 범행 현장을 목격한 뒤, 문 뒤로 나와 숨어 있다가 달아나는 심 씨를 제압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그런데 이 보도 내용에 ‘고객분’은 어색한 표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분’이라는 명사는 사람을 가리킬 때 그를 높이어 쓰는 말로, 관형어 뒤에 온다(반대하시는 분 계십니까? / 어떤 분이 선생님을 찾아오셨습니다.). 이처럼 관형어의 수식을 받는 의존명사를 붙여 써 합성어로 만드는 것은 어색하다.
이를 대신해 주변에서 ‘고객님’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이도 역시 생각해 보아야 할 말이다. 우선 ‘고객’의 사전적 의미부터 살펴보자.
‘고객’
1. 상점 따위에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
- 그 점원은 고객에게 친절하게 대한다.
- 요즈음 백화점에 고객이 많이 늘었다.
2. 단골로 오는 손님. ‘단골손님’, ‘손님’으로 순화.
‘고객’은 원래 상점 같은 데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을 가리키는 말이다. 단골로 자주 오는 손님을 가리키기도 한다. 사전에서는 이 경우 ‘단골손님’이나 ‘손님’으로 다듬어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손님’은 원래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온 사람, 전시회에 온 사람, 영업용 교통편을 이용하는 사람을 두루 이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따라서 이때는 ‘고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실 수 있다.
문제는 ‘고객’을 지칭(가리키는 말)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호칭(부르는 말)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더욱 존칭의 의미가 있는 ‘고객’에 존칭접미사 ‘님’을 붙이는 것도 불필요한 일이다. 비슷한 상황으로 탈것을 이용하는 손님을 가리킬 때 ‘승객’이라고 하는데 이들을 ‘승객님’하면 어색한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공공기관을 찾으신 분들을 직접 부를 때에는 ‘손님’이라고 하거나, ‘선생님’, ‘어르신’ 등의 호칭이 적절하다.
참고로 현대국어에서 ‘님’은 주로 접미사로 사용되고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직위 또는 직책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높임의 뜻을 더한다(사장님/총장님/과장님). 또 친족 관계를 나타내는 말에 붙어 높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아버님/숙부님/이모님). 사람이 아닌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대상을 인격화하여 높임의 뜻을 더하는 ‘달님/별님/해님’도 동일한 문법 형태소이다.
‘님’을 의존명사 파악하고 있는 사전도 있다. 즉 ‘홍길동 님/길동 님/홍 님(이는 의존명사이기 때문에 띄어 써야 한다.)’처럼 사람의 성이나 이름 다음에 쓰여 그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로 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전(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의문이 드는 것이 있다. 마지막에 있는 ‘홍 님’은 널리 쓰이지도 않고 어색한 표현이다. 용례를 실어 놓은 것으로 보아 문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필요 없는 예라는 생각이다.
‘님’은 높임을 받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높여 주는 사람이 사용하는 말이다. 따라서 높임을 받을 사람이 자기 스스로 이 말을 사용하는 것은 잘못이다. 신부가 신도들에게 ‘제가 김 아무개 신부님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거나, 사업주가 사원들에게 생산 독려를 하면서 ‘사장님인 제가 여러분에게 부탁을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옳지 않다. 하지만 선생님은 보통 어린 아이들과 말하게 된다. 그 상황에서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향해 말할 때는 자기 스스로를 높여서 말해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시 말해서 아이들에게 말할 때도 ‘여러분, 선생님을 보세요.’라고 말해도 흉이 되지 않는다.
얼마 전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렸다. 개막식에 대통령도 참석을 했다. 이날 관계자들은 연설을 하면서 ‘대통령님’이라는 말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공식적인 자라에서 대통령을 부를 때 ‘님’자를 붙여 ‘대통령님’이란 말을 많이 쓴다. 하지만 과도한 존칭이라는 견해가 있다. ‘대통령’이란 직함 자체에 존경의 의미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적인 자리라면 몰라도 제3자에게 얘기할 때나 공식적 자리에서 언급할 때는 그냥 ‘대통령’이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님’자를 빼고 ‘대통령이 지시한 사항이다.’, ‘대통령께서 자리해 주셨습니다.’ 등처럼 표현해도 문제가 없다. 이에 대해서는 청와대(2008년 2월 29일 보도)에서도 직접 언급한 바가 있다. 당시 대통령 부부의 호칭을 ‘이명박 대통령’, ‘김윤옥 여사’로 통일한다고 밝혔다.
물론 주의할 것은 대통령 부부를 면전에서 만나면 ‘대통령님’, ‘여사님’으로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어른께 예의를 갖추는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