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는 우리 몸의 감각, 정서, 의식을 깨워 활동하게 해 줍니다.”
9월 16일(금) 화성시 봉담읍 와우중학교(교장 장성순) 시청각실에서 김기택 시인이 50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님들 앞에서 나직하면서도 시적인 음성으로 ‘좋은 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와우중학교는 학생들에게 문학에 대한 이해와 올바른 창작의욕 고취를 통한 창의적 사고력을 신장시키고자 ‘김기택 시인’을 초청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 시인은 “문명이 발달되면서 어린이는 온 몸으로 활동하는 것 대신에 TV, 자동차가 몸을 대신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즉 TV가 상상력을 대신해 주니까 멍청히 앉아서 있기만 하게 됩니다.”라고 하면서 중학생도 ‘어린이의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김 시인은 좋은 작품은 감각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코와 혀의 기억력은 머리의 기억력보다 오래갑니다. 언어로는 감정을 속일 수 있어도 혀와 코로는 거짓말을 못 시킵니다.”라고 하면서 손바닥으로 만졌던 모든 것이 저장되어 있다는 말에 학생들의 반응은 무슨 추리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 힘을 받은 김 시인은 “죽을 때까지 이 감각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머리 뿐 아니라 손, 코, 혀의 미각이 보물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많이 저장할수록 소중한 보물이 됩니다. 문명의 이기가 음식의 맛과 향을 빼앗아 갔습니다. 계절에 대한 감각은 기계가 빼앗아 갔습니다.”라고 역설했다.
집에 돌아오면//하루 종일 발을 물고 놓아주지 않던/가죽 구두를 벗고/살껍질처럼 발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던/검정 양말을 벗고//발가락 신발/숨쉬는 살색 신발/투명한 바람 신발/벌거벗은 임금님 신발//맨발을 신는다. <맨발, 김기택>
김 시인은 이 시를 낭송한 후, “어린이의 말은 사전적 의미에 갇혀 있지 않고 자유로운 말을 사용한다.”라고 하면서 시인은 어른이 되어도 어린이의 상상력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후 시 쓰기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들은 소감문에 “막혔던 가슴에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 “내년에도 이런 강연이 있었으면 좋겠다.”,“시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했고, 학부모님은 “학생들에게 순수한 마음을 심어주었다.”,“언어폭력이 난무한 시대에 시기 적절한 강연이었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