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가장 많이 열리는 계절은 역시 가을인 것 같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요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높고 파란하늘과 곱게 물든 단풍이 어우러져 오곡이 무르익고 추수의 기쁨을 맛보는 아름다운 계절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인지 예전에 초등학교 운동회는 가을에 주로 하였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추석 다음날에 운동회를 하였다. 당시는 초등학교 운동회가 그 지역의 유일한 축제로 자리 잡았었다.
학교에서 마련한 운동회는 학생, 학부모, 졸업생, 교직원,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며 민속놀이와 운동을 통해 재미있게 웃으며 하루를 즐기는 소박한 축제였다고 생각이 된다.
운동회는 아이들만 기다려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주민이나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아오는 귀성객까지도 기다려지는 지역문화를 이끌어가던 마을의 축제였다. 가족끼리 운동장가 나무 그늘에서 돗자리를 펴고 명절음식을 나눠먹으며 일 년 간 못다 한 이야기꽃을 피우던 풍경은 아련한 추억 속으로 사라져간 것 같다.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부터 자치단체별로 그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축제가 하나둘씩 생겨나더니 이제는 봄부터 가을까지 많은 곳은 10여개의 축제가 열려 축제의 전성기를 맞은 듯하다.
그러나 역기능도 나타나고 있어 축제의 본뜻이 훼손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축제가 너무 많다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자치단체의 지역 특산품을 홍보하고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경기를 활성화 시킨다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한다.
충북 북부지역의 축제를 분류해 보면 우륵문화제, 제천 의병제, 온달문화축제, 설성문화제와 같은 문화축제, 사과나 복숭아, 고추, 옥수수를 대표로하는 특산물축제, 온천축제, 충주호수축제, 청풍호 벚꽃축제, 소백산철쭉제와 온천이나 호수를 중심으로 하는 자연 관광자원축제, 마라톤이나 산악자전거경기 등 스포츠를 중심으로 하는 축제, 가요제를 중심으로 한 음악축제, 테마 중심으로 하는 충주세계무술축제, 제천음악영화제, 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 등 전국에 널리 알려진 축제도 많이 있다.
보령머드축제, 화천 산천어축제는 여름과 겨울에 열리는 대표적인 축제로 성공하였다고 한다.
축제는 그 규모가 크다고 반드시 좋은 축제라고 할 수 없는 것 같다. 소태 밤 축제, 천등산 고구마축제, 이류면의 봉숭아축제, 목계별신제, 고미술축제, 금수산감골단풍축제, 산사음악회, 아파트단지의 마을축제에 이르기까지 2~3시간이나 하루만 열리는 작은 축제들이 축제의 의미를 살리며 알차게 진행하여 진솔한 의미와 향기를 발산하는 작은 축제가 더 재미있고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오랜 전통을 지닌 지역의 문화축제는 더욱 발전 시켜서 후손에게 전해지도록 민족의 전통을 살리는 축제로 승화 시켜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경쟁이라도 하듯이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축제를 늘리려고 하지 말고 지역주민의 생활 속에 근간을 두고 모두가 공감하는 축제로 지혜를 모아서 정비할 필요도 느껴진다. 봄부터 가을까지 매년 되풀이 되는 축제에 재정자립도가 빈약한 자치단체에서 축제에 많은 예산을 쓰기 보다는 지역주민의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자치단체장이나 시·도의원을 선출하는 자치제이다 보니 선심성 행정이 우선이 된다든지 인기위주의 행정을 펼쳐서는 후손들에게 존경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하였으면 한다. 축제는 즐거워야 하지만 먹고 놀자 판이 되어서는 축제의 격이 떨어지게 된다. 1년에 한번 있는 운동회를 그 지역주민이 모두 기다려지는 것처럼 축제에 식상하지 않도록 축제를 통해 지역민이 자긍심을 가지고 함께 즐기며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알찬축제로 승화 발전시켰으면 하고 이 가을에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