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봄. 계절이 만든 수채화는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이다. 바람과 햇살, 그리고 호수의 물결. 봄철의 대청호는 수면에 반짝이는 은빛물결이 아름답다.
자연과 교감을 이루며 사람들에게 감정이나 사상을 전달하는 수단이 예술이다. 예술은 공익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예술가의 고집과 열정으로 탄생한다. 대청호 주변에 사람들과 소통을 이루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문학관, 창작마을, 갤러리가 여러 곳 있다.
1900년대 초까지 옥천의 중심지였던 구읍에 현대시의 시성이라 불리는 정지용 시인의 문학관이 있다. 마을 곳곳이 100여 년 전에 그린 풍경화처럼 옛 모습 그대로인 옥천구읍은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커다란 문학관이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옥천읍 하계리의 생가는 노래 가사로 잘 알려진 '향수'의 시구(詩句)처럼 옆으로 실개천이 흐르고, 사립문과 돌담‧초가와 부엌‧우물과 장독대 등 모두가 소박해서 정이 간다. 생가의 툇마루에 걸터앉아 옛 이야기를 펼쳐놓듯 시인의 삶과 문학을 음미한다.
물레방아와 동상이 있는 작은 공원 옆에 전문해설사가 상주하며 문학여행을 돕는 정지용문학관이 있다. 문학관은 문학전시실, 문학체험공간, 영상실, 문학교실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에 들어서면 시인의 밀랍인형이 안내데스크의 오른쪽 벤치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기로 흥미롭게 체험하고, 정지용의 시를 직접 낭송하는 등 대표적인 작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감상하며 시인의 삶과 문학을 이해하는 공간이다.
피반령 고갯길 아래의 한적한 시골마을 보은군 회인면 중앙리에 오장환 시인의 문학관이 있다. 시인은 1918년 이곳에서 태어나 1951년 34세의 젊은 나이에 병사했다. 휘문고등학교시절 정지용에게 시를 배우고 1933년 조선문학에 시 '목욕간'을 발표한 천재시인이었지만 월북 작가라는 꼬리표를 떼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도종환 시인이 명예관장을 맡고 있는 오장환문학관은 전시실‧문학사랑방‧영상실 등이 잘 갖추어져 있고, 전시실에는 동시액자‧사진자료‧동시집 등이 전시되어 있다. 다른 문학관에 비해 공간이 좁고 전시물이 적지만 오히려 작고 아담해서 정이 간다. 미리 전화(043-540-3776)하면 임선빈 문학해설사의 사랑이 넘치는 친절에 감동받으며 문학을 공부한다.
〈눈물은/ 바닷물처럼/ 짜구나// 바다는/ 누가 울은/ 눈물인가〉
문학관에 전시된 시들을 읽노라면 시인의 숨결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회인은 감나무가 많아 골목길의 돌담 사이로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가을 풍경이 아름답다. 해마다 10월이면 목화가 하얗게 꽃을 피우는 이곳에서 오장환 문학제가 열린다. 생가는 문학관 맞은편에 예쁜 초가집으로 복원되어 있다.
문의면 소재지의 호반도로를 벗어나 산길을 굽이굽이 돌다보면 고려 말 최영 장군이 진군을 멈춘 채 쉬어 갔다는 마동리이다. 이곳의 마을 입구 회서분교 터에 예술인들의 창작 공간 마동창작마을이 있다.
창작마을을 예술과 현실이 만나는 창작과 소통의 공간으로 만든 이흥원 화백은 늘 누구나 제대로 대접 받으며 사는 세상을 꿈꾼다. 이 화백의 인사말을 읽어보면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5명의 작가가 어떤 사람들인지 짐작한다.
'~작업실은 꾸질꾸질하지만 그곳에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은 그럴싸합니다. 원시적인 듯 하면서 현대적이고 지역인 듯 하면서 세계적입니다.~'
일상이 창작이고 창작이 일상인 작가들이 오픈스튜디오 등 작업공간을 개방하며 이곳을 찾은 일반인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농촌 사람들이 동참하는 다양한 예술 활동으로 빈집이 많은 30여 호의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문의면 대청호반에 '선우야, 바람 보러 가자'로 전국에 알려진 한지공예가 이종국씨와 명상가 이경옥씨 부부가 운영하는 평범하지만 아주 특별한 갤러리가 있다.
문의중학교 맞은편에 위치한 마블갤러리는 오지 벌랏마을에서 직접 닥나무를 재배하며 한지를 만들고, 자기가 만든 한지로 그림을 그리거나 공예작품을 만들며 중단되었던 전통 한지의 맥을 이은 이종국씨가 따뜻한 세상을 꿈꾸며 자연과 대화하는 예술 공간이다.
마블갤러리의 작품들은 독일, 캐나다 등 외국의 전시회에서 한지의 일반화와 세계화에 일조하고 있다. 갤러리에 부채와 액자, 불을 밝히는 등, 복을 담는 그릇, 항아리 등 한지로 만든 작품들이 많다. 한지 공예를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한지공예교실(043-222-5808)도 운영한다.
한지는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으면서 볼수록 멋과 정감이 묻어난다. 여유와 느림, 나눔과 따뜻함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으려는 우리의 정서가 한지의 소박함과 투박함 속에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