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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뒷뜰’은 사전에 없는 말

일간 신문과 텔레비전에 사전에도 없는 말이 종종 나온다. 그것도 아주 큼지막한 표제어로 나온다. 실망에 앞서 걱정이 된다. 신중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

중앙일보는 토요일에 ‘Saturday’ 코너를 신설했다. 이 코너에는 다큐 사진의 거장 강운구 작가의 작품을 연재한다. 그리고 뉴스와 재미, 이야기가 담긴 ‘세상 속으로’, 화제 인물을 만나는 ‘사람 속으로’, 중견·중소기업을 응원하는 ‘돈과 경제’가 이어진다. 그 중에 ‘기자들이 간다. 좌충우돌 1박2일’은 현장의 쏠쏠한 정보와 양념 같은 에피소드를 담아낸다. 주5일제 학교 수업과 관련하여, 주말 나들이를 위한 알찬 정보가 실려 있어 유익하다.

3월 31일(토)자 신문 ‘기자들이 간다. 좌충우돌 1박 2일’은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로의 여행이었다. 3월이지만 서울 근교는 아직 춥다. 봄이 먼 남녘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봄을 찾아 기자가 먼 해남까지 다녀온 것이다. 1박 2일 일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먹을거리 소개도 자세히 하고 있다. 그런데 기사 표제어에 맞춤법이 틀린 단어가 있다. ‘미황사 뒷뜰 반가운 쑥~’이다에서 '뒷뜰'은 ‘뒤뜰’이 바른 표현이다.

‘뒤뜰’
집채의 뒤에 있는 뜰(뒷마당).- 집 뒤뜰에 장독대가 있다.
- 여름에 공부를 하려면 앞뜰과 뒤뜰은 짙은 나뭇잎만이 눈에 띄어…(이숭녕, ‘대학가의 파수병).
- 안채를 돌아 뒤뜰로 접어든 후 허세웅은 여인과 나란히 헛간 쪽에 달아 낸 골방 속으로 떠밀리듯이 기어든다(홍성원, ‘육이오’).

사전에서 보는 것처럼, ‘뒤뜰’ 사이시옷 표기를 하지 않는다. 사이시옷 표기는 사람들이 자주 헷갈리고 있지만, 규정(한글 맞춤법 제30항)만 알면 어렵지 않은 문제다. 사이시옷은 순 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에 붙는다. ‘귓밥, 나룻배, 나뭇가지, 냇가, 바닷가, 선짓국, 잿더미, 햇볕’이다. 이때는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난다(뒤 단어의 첫소리 ‘ㄱ, ㄷ, ㅂ, ㅅ, ㅈ’ 등이 된소리로 나는 것).

주의할 것은 뒤 단어의 첫소리가 된소리나 거센소리일 때도 사이시옷이 붙지 않는다. ‘뒤뜰’이 그 예다. 마찬가지로 ‘개똥, 보리쌀, 위쪽, 쥐꼬리, 허리띠, 개펄, 뒤편, 배탈, 아래층, 위층, 허리춤’ 등도 마찬가지다.

위 예는 사이시옷 표기를 잘못 한 것인데, 오히려 사이시옷 표기를 해야 하는데 뺀 경우도 있다. 4월 1일(일) 정오에 KBS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이다. 이날 출연자 중에 ‘시계바늘’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는 순 우리말(바늘)과 한자말(시계)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로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는다. 이때는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난다. 따라서 ‘시곗바늘’이라고 표기한다. ‘귓병, 머릿방, 뱃병, 봇둑, 사잣밥, 샛강, 아랫방, 자릿세, 전셋집, 찻잔, 콧병’이 같은 예다.





사이시옷 표기는 우리말 맞춤법에 기본인데, 간혹 보기 흉하다고 핑계를 대고 시옷 표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다. 해서 한때 ‘등굣길, 하굣길’에 시옷 표기를 생략했는데, 다행히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최솟값, 최댓값, 장맛비, 처갓집, 순댓국’ 등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시옷 표기를 하고 자주 사용하면 표기가 익숙해진다.

사석에서 ‘햇님 유치원’이라는 표기가 틀렸다고 지적을 해 준 적이 있다. 이는 실질 형태소 ‘해’와 ‘접미사’ ‘-님’의 결합이다. 즉 이는 합성어가 아니라 파생어다. 사이시옷은 합성어일 때만 붙는다고 말해 줬다. 하지만 당시 설명을 듣던 유치원 원장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고 치부해 버렸다. 그리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햇님’이라고 알고 있으니 별로 문제가 안 된다는 핑계를 댔다. 어처구니가 없다.

간혹 사람들이 사이시옷 표기 규정을 어렵다고 하는데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규정 자체가 매끄럽지 못하고 예외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이시옷 표기는 발음의 문제이다. 그런데도 한자어 규정에서는 발음을 무시하고 표기의 원칙을 내세우며 예외 규정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이시옷 표기 규정은 전반적으로 우리의 언어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한 규정이다. 철저하게 지키면 매력을 느끼게 된다.

중앙일보가 야심차게 내놓은 1박 2일 기사는 팀장 포함 6명의 기자가 취재에 동행했다. 토요일 신문에 제법 크게 장식한다. 신문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니 동행 취재 규모로 볼 때, 신경을 쓴 기획 보도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정작 제목에 엉뚱한 표기법이 보이니 모든 신뢰가 땅에 떨어진다. 물론 기자 중에 국어를 전공한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전공과 관련이 없다. 기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글쓰기 수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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