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던가. 오늘은 예상치 못한 돌풍이 불어 힘들게 하고 있다. 태풍 못지않은 바람인 것 같다. 바람소리도 그렇고, 바람의 세기도 그렇다. 학교의 간판이 날아가고 유리가 깨지는 피해를 입기도 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봄에 피는 꽃도 보고 학교에 핀 개나리와 학교의 벚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곧 평안해지고 평온해진다. 바람도 멈추고 날씨도 따뜻하고 바람도 봄바람으로 변하리라는 기대가 많아지는 오늘이다.
우리학교의 교육환경은 정말 열악하다. 특히 우리학교는 개교한지 3년차가 되어가지만 공사가 마무리 되어 있지 않다. 운동장은 3분의 1이 안전용 펜스로 막혀 있고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뛰어놀지를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래도 불평하지 않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보면 정말 대견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환경을 바라보았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꿈과 목표를 바라보고 있기에 너무나 학교가 조용하고 편안하다. 어떤 글을 보니 전나무는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가장 화려한 꽃을 피운다고 한다. 이 말에 위로를 얻는다.
우리 학생들이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꽃을 피우기 위해 잘 참는 것일까? 우리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가장 아름답고 예쁘고 향기나는 꽃을 피우기 위해 어려운 역경을 잘 이겨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불평 없이 묵묵히 맡은 일을 잘 감당하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선생님들의 마음 속에는 좋은 학생, 실력 있는 학생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차 있음을 느끼게 된다.
대추나무에 대추를 많이 열리게 하려면 염소를 묶어놓아 괴롭히거나 나무를 자꾸 두들겨주라고 한다는 글도 접했다. 그렇게 하면 대추나무가 긴장하면서 본능적으로 대추를 많이 열어 자손을 번식시키려는 필사적 노력을 한다는 글을 읽고는 한편 용기가 생기고 힘이 솟는다.
억지로 학생들을 힘들게 할 필요는 없지만 주어진 여건이 열악한 것 자체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인내심도 키우고 역경도 이겨내는 힘도 키우고 눈물과 땀을 흘리며 노력을 쏟아 인재다운 인재로 자라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귀생(貴生)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자신의 생을 너무 귀하게 여기면 오히려 생이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선생님의 교육환경이 열악해도 불평하지 않음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귀생(貴生)이란 말의 뜻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교무실이 좁아 의자를 마음대로 뒤로 내지도 못하고 지나다니기도 불편한 것이 오히려 내게 유익이 될 수 있다. 이런 불편함 속에서 자신을 더욱 단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귀생(貴生)과 반대되는 말이 섭생(攝生)이란 말이다. 이 말은 ‘자신의 생을 억누르면 생이 오히려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귀생(貴生)이 아니라 섭생(攝生)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낙심할 필요가 없고 불평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나를 더욱 빛나게 하고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주어진 교육여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귀생(貴生)과 섭생(攝生)의 말을 떠올리면서 위로을 얻고 힘을 얻었으면 한다. 환경을 이겨내는 마음의 자세가 있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학생들을 향한 교육목표를 가지고 생활한다면 즐겁게 살 수 있다.
수많은 학생들이 잘 자라고 능력과 실력을 갖춘 인재로 자라나는 꿈을 지니고 그것을 향하여 나아간다면 우리의 환경이 좋든 열악하든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도덕경에서 말하는 섭생(攝生)의 이로움을 생각하면서 잘 이겨내었으면 한다. 인내의 마음이 우리 선생님들이 가져야 할 마음인 것 같다.
善攝生者,以其無死地(선섭생자, 이기무사지)라 ‘섭생을 잘하는 사람은 죽음의 땅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을 되새겨보는 것도 우리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이겨내는 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