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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의 마음가짐 (16)

학교 뒷산의 진달래꽃을 보니 이제 봄인 줄 알겠다. 길가의 개나리꽃을 보니 지금 봄인 줄 깨달아진다. 바람이 멈추고 따뜻한 기운을 맡게 되니 참 봄인 줄 알겠다. 봄, 봄, 봄. 봄이 좋아 봄을 가슴에 품고 봄과 함께 살고픈 마음이 생긴다. 말없이 모습으로 보여주는 자연의 신비함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좋은 말씀은 입에 쓰나 몸에는 이롭다. 나와는 달라도 훌륭한 분들의 말씀은 늘 가슴에 와 닿는다. 그 말씀대로 살면 유익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옛 지도자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마음을 새롭게 하고자 한다.

“多言數窮不如守中(다언삭궁불여수중)이라.” ‘말이 너무 많으면 자주 궁지에 몰린다. 그저 말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만 못하다.’ 노자의 가르침이다. 말이 많으면 궁지에 몰린다는 말씀이 쓴 약이다. 하지만 몸과 행실에는 도움이 되기에 가슴판에 새겨두어야 할 것 같다. 말이 많으면 궁지에 몰리되 말이 너무 많으면 자주 궁지에 몰리니 말이 적으면 궁지에 몰리지 않고, 말이 적을수록 궁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씀이 우리 선생님들에게도 유익한 말씀이라 생각된다.

수업시간에 수업 외적인 시간을 많이 가지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말이 많아지게 된다. 그러면 쓸 말보다 쓰지 못할 말이 많아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없다. 그러기에 수업시간에는 특히 수업과 관련되는 말 말고는 말을 하지 않을수록 자신에게 유익이 된다. 수업 외적인 말을 많이 하면 학생들은 처음에는 귀담아 듣다가도 나중에는 ‘또, 또, 또’하고 마음속에 주절거리고 반감을 가지게 되고 미움이 생기게 되며 선생님을 천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사랑의 대상, 존경의 대상에서 미움의 대상, 멀어짐의 대상, 추한 대상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니 수업시간에 수업 외적인 말은 하지 않을수록 좋다. 말이 많으면 자주 궁지에 몰리게 됨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나의 입이 가벼우면 나의 입을 묶어 두는 것이 좋다. 나의 입이 무거울수록 더욱 존경의 대상,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귀중히 여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수업뿐만 아니다. 평소에도 말이 많은 것은 유익이 되기보다 손해가 될 때가 많다. 말 때문에 상처를 주고 말 때문에 사이가 멀어지고 말 때문에 평온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말 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말 때문에 친구가 원수로 변하기도 한다.

침묵이 금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말을 아예 하지 않는 연습도 필요하다. 필요할 때만 하고 해야 할 때에만 하는 지혜로움도 필요하다. 말 잘한다고 그 사람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말 못한다고 그 사람에 낮게 평가하지도 않는다. 말은 자기 인격의 대변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 같다. 말이 곧 나의 삶이고 말이 곧 나의 인격이고 말이 곧 나의 생각이기에 말을 함부로 하지 않도록 하고 말하는 횟수를 줄이고 말에 신중함을 기해야 할 것이다.

‘다언삭궁(多言數窮)’이 오늘 아침 우리 선생님들에게 주는 말씀이라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자신을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다언이 소언으로 바뀌고, 소언이 무언으로 바뀌면 더 좋을 것 같다. 암탉이 수많은 알을 품어도 완성된 것만 낳듯이 우리 선생님들도 수많은 생각들 중에 정제되고 완성된 말만 하려고 한다면 자연 말은 줄어들고 나아가 말은 침묵으로 바뀌리라 본다.
소언과 무언의 연습을 한 번 시도해보자. 자신을 궁지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라도 말을 아끼고 줄여보자. 그것이 바로 절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 우주와 자연은 자신의 의도를 말로 하지 않는다. 그저 만물을 풀강아지 정도로 생각하며 간섭하지 않는다.” 그렇다. 자연은 말을 하지 않는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오직 모습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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