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는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사랑 한다'는 답사와 산행으로 산길ㆍ들길ㆍ물길ㆍ마을길을 직접 걸어보고, 산줄기와 물줄기ㆍ역사와 문화ㆍ자연과 숲ㆍ마을과 주요 시설물들을 살펴보며 청주지역 바로 알기를 실천하고 있는 청주삼백리(
http://cafe.naver.com/cjsblee) 회원들이 즐겨 쓰는 말이다.
청주삼백리 회원들은 휴일마다 청주둘레길, 무심천길, 한남금북정맥길, 청주동서횡단길, 청주․청원의 산길, 대청호 둘레길 등 충북 및 전국을 답사하고 있다. 그동안 발품을 팔며 자연과 문화를 속속들이 들여다본 결과물이 청주 주변의 옛길과 역사를 담은 '청주ㆍ청원의 산길', 대청호 둘레길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대청호와 둘레산길'로 발간되어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사랑하면서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만날 수 있게 했다.
지난 3월 18일, 청주삼백리 회원들이 10주년을 기념하며 상봉재 옛길을 답사했다. 청주에서 제일 큰 명암저수지 물가에 명암타워컨벤션센터가 우뚝 서있다. 이곳의 주차장에 모여 조촐하게 자축행사를 했다. 언제나 그렇듯 처음 앞에서 이끄는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 강산이 한 번 변했건만 변함없이 청주삼백리를 이끌고 있는 송태호 대표에게 꽃다발을 전하고 오랫동안 활동한 회원들이 케이크 커팅을 했다.
명암타워 옆 공터에 숨어있는 작은 표석을 돌아보는 것으로 답사를 시작했다. 이 표석에 희미하게 써있는 '명암수도(明岩隧道) 소화 2년 10월 준공'이 역사를 대변한다. 디지털청주문화대전에 명암저수지가 일제강점기 때인 1918년 착공하여 1921년 준공했다고 소개되어 있다. 명암저수지를 지나는 외곽도로가 소화 2년인 1927년에 준공되었나보다.
낭성이나 미원방향 사람들이 장을 보러 청주를 오가던 상봉재 옛길이 산성도로를 내며 많이 훼손되었다. 타워 앞 동부우회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넌 후 산성도로를 따라 상당산성 방향으로 걷는다. 큰 바위덩어리 사이로 난 길 아래로 집이 한 채 있다. 이 집의 주인아저씨에 의하면 뒤편의 암석들을 소가 끄는 수레로 날라 명암저수지의 제방을 쌓았단다.
재떨이, 호미골 등 인근 자연부락의 이름과 중봉, 상봉의 위치를 파악하며 오르다보면 산성1터널 못미처의 산중턱에서 공원을 만난다. 공원 앞으로는 것대산, 아래로는 용정저수지(이정골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에서 들려오는 경운기 소리가 농촌의 봄기운을 전한다.
공원을 벗어나면 상봉재 옛길이 연결되어 사라진 옛길을 아쉬워하고 이 길을 걷던 선인들을 생각하게 한다. 몇 걸음 옮기면 비신도 없이 자연 암벽에 만든 조선시대의 송덕비 7개를 길옆에서 만난다. 이날 회원들은 송덕비 2개가 산성도로 공사로 나뭇가지 속에 숨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석벽에 글자나 그림을 새긴 것이 마애(磨崖), 백성을 어질게 다스린 것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이 선정비(善政碑)이니 길가의 마애선정비들이 이곳이 오랫동안 청주의 옛길이었음을 증명한다. 한때는 사찰이 셋이나 되고 승병이 4천여 명이나 거주했던 사적 제212호 청주상당산성이 이곳에서 가까워 상당산성을 석성으로 개축한 숙종 때 산성공사의 유공자들을 이곳에 마애선정비를 만들어 칭송했으리라 짐작한다.
이곳의 '병사 민지열 마애선정비, 병마우후 이의장 마애선정비, 병사 이삼△ 마애선정비'에서 병사는 병마절도사이고 병마우후는 병사의 바로 아래 직급이다. 선정비의 글자는 비문에서 사내아이를 상징하는 글자를 파내 갈아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그 당시의 신앙과 정적들의 시기심으로 많이 훼손되어 형태만 알아볼 수 있다.
선정비에서 가까운 곳에 해발 380m에 위치한 상봉재 옹달샘이 있다. 상봉재 옹달샘은 청주읍성, 상당산성, 낭성지역을 오가던 옛사람들이 목을 축이던 쉼터였다. 오랜 세월 방치되던 것을 청주삼백리 회원들이 맛 좋은 물이 흘러나오게 주변을 정리하고, '무심천의 발원지' 표석을 세우고, 아랫부분에 습지를 조성하고, 바로 위에 있는 성황당까지 복원했다.
산성도로 공사를 하며 옹달샘의 물길이 끊어진 것을 송태호 대표가 건너편의 물길을 이곳으로 돌려 상봉재를 오가는 사람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처로 다시 복원시켰다. 성황당 건너편의 산성방향은 한강의 물줄기를 이룬다. 바로 이곳이 한강으로 흘러야 할 물이 금강으로 흐르는 현장이다.
'상봉'은 그 주변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를 뜻해 전국의 산이나 고개에 상봉이라는 지명이 많다. 옹달샘 뒤편의 상봉은 명암저수지에서 바라보이는 중봉의 산줄기 정상에 있어 성벽위에서 하늘을 만나는 상당산성, 김수녕양궁장이 아래편에 있는 낙가산과 연결된다.
상봉을 둘러보고 옹달샘 아래로 내려가면 도둑골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에 낙엽이 많이 쌓여있어 운치를 느끼며 능선을 내려온다. 석탄을 캐던 폐광과 낡은 창고를 지나면 6·25 때 이곳으로 피난 왔던 당시의 도지사가 농업환경이 열악한 것을 보고 건설했다는 용정저수지(이정골저수지)가 바로 아래에 있다. 제방 너머의 아파트와 낚시터의 낚시꾼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저수지 뒤편의 용정축구공원을 지나고 동부우회도로를 걸어 출발지인 명암저수지에 도착했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청주삼백리 회원들은 매주 답사와 산행을 하며 지역 바로 알기를 실천하는 일석이조 건강모임이다.
답사가 끝난 후 청주삼백리를 사랑하는 회원들 몇 명이 막걸리를 앞에 놓고 10주년 기념 뒤풀이를 조촐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