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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의 마음가짐 (31)

오늘도 아침 일찍 기숙사 커텐을 열었다. 새벽하늘은 언제나 믿음직스럽다. 자연은 언제나 엄숙하다. 언제나 말이 없는 나무와 식물은 언제나 정이 간다. 말이 없으니 더욱 마음이 끌린다. 자연이 언제나 우리 선생님 같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3년 전에 읽었던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제 눈이 흐려 글씨가 작으면 책을 읽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좀 글이 큰 책이 있어 그것을 들고 아침에 양혜왕장구상(梁惠王章句上) 1장과 2장을 읽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깊이가 있는 책일수록 다시 읽으면 마음을 새롭게 한다.

맹자는 언제나 仁義(인의)를 강조한다. 仁義(인의)는 사랑과 올바름이다. 맹자는 현자답게 마음의 양식을 얻기를 원하였다. 양혜왕은 역시 왕답게 육체의 유익과 즐거움을 구하였다. 어떻게 하면 백성들에게 유익을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관심이 많다. 오늘 아침 양혜왕장구상(梁惠王章句上) 1장과 2장이 주는 교훈을 몇 가지 얻게 된다.

첫째가 선생님은 사랑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사랑의 마음은 부모님을 감동시킨다. “인(仁)하고서 부모님을 버리는 자가 있지 않다”고 하였다. 사랑의 마음은 부모님을 얻는다. 사랑의 마음은 부모님 곁을 떠나지 않는다. 멀리 있어도 마음은 부모님께 가 있다.

선생님이 사랑의 마음을 가지면 학생들은 선생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선생님도 학생들을 멀리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마음에 기쁨을 얻는다. 마음에 편안함을 가진다. 선생님의 품이 어머니의 품처럼 느껴진다. 사랑의 마음이 있으면 학생들을 감동시키고 학생들을 변화시킨다.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

선생님들은 큰 사람이다. 큰 사람은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준다. 기쁨을 준다. 생명을 준다. “나무는 큰 나무 아래서 덕을 보지 못하지만 사람은 큰 사람 아래서 덕을 본다”고 하지 않는가? 큰 나무는 햇볕을 가려 작은 나무들이 자라지 못하게 하고 결국 죽음으로 이끌지만 선생님은 언제나 햇볕을 주고 영양분을 주고 비타민을 제공하여 사랑으로 자라게 하고 성장하게 한다. 그러니 선생님은 큰 사람이다. 큰 사람은 언제나 사랑을 가슴에 품은 자이다.

둘째 선생님은 바르고 고운 심성을 가진 자이다. “의롭고서 그 임금을 뒤로 하는 자는 있지 않다”고 하였다. 임금님이 의로우면 그 백성들은 임금님을 멀리하지 않고 뒤로 하지 않고 외면하지 않는다. 임금님을 따른다. 임금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인다. 임금님을 신뢰한다. 임금님을 의지한다.

우리 선생님이 바르고 고운 심성을 가지고 바르게 행동하면 학생들은 선생님을 멀리 하지 않는다.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온다. 외면하지 않는다. 선생님을 볼수록 반갑게 맞이한다. 선생님을 따른다.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 선생님을 인정하고 신뢰한다. 선생님을 의지한다. 선생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긴다. 말씀을 늘 되새긴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란 말은 예사로운 말이 아니다. 임금님과 부모님과 같은 위치에 올려놓은 것은 선생님의 영향력이 임금님과 부모님의 영향력 못지않기 때문이다. 선생님을 우습게 생각하면 학생들은 망한다. 선생님을 선생님답게 여기지 않으면 학생들은 변함이 없고 발전이 없다. 그러기에 선생님의 바르고 고운 심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생사고락을 학생들과 함께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양혜왕은 연못을 만들어 놓고 기러기들과 크고 작은 사슴들을 보며 즐거워하며 살고 있었다. 양혜왕은 맹자에게 현자에게도 이런 즐거움이 있는지 물었다. 맹자는 양혜왕에게 즐거움을 혼자 가지는 것보다 백성들과 함께 즐거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仁義(인의)를 강조하였다. 사랑의 마음과 바르고 고운 심성이 바탕이 되면 혼자가 아니라 백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고 하였다. 사랑의 마음과 고운 심성으로 학생들과 기쁨과 슬픔도 함께 하는 삶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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