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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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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효와 경로사상이 아름다운 한국의 가족제도

윤달이 있어서인지 올해의 오월을 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더위가 일찍 찾아왔다. 아름다운 봄꽃도 사라졌고 높은 산엔 철쭉이 만개했다고 하는데 아파트 담장에는 넝쿨장미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며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코끝을 찌르는 아카시향도 벌들이 꿀을 따가서인지 꽃과 함께 사리지고 말았다. 산야의 신록은 짙은 녹색으로 생동감을 안겨주고 있다. 노란색과 연두색으로 대지의 기운을 받아 돋아나기 시작한 새 생명들이 어느새 온 세상을 녹색으로 뒤덮어 놓고 말았다. 초목(草木)이 자라는 것을 보면 자연의 생명력이 얼마나 위대한지 느낄 수 있다.

자연의 생명력 덕분에 동식물이 자라고 먹이사슬에 따라 생명을 이어가는 것 같다. 오월의 풋풋하고 싱싱함은 언제 봐도 피로감을 풀어주는 색이 녹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교실의 칠판색도 녹색으로 칠한 것이라고 한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 가족단위 행사가 많았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작은 단위가 가정이다. 가족과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달이다.

20세기 최고의 지성 아널드 J. 토인비(영국의 역사학자)는 한 인터뷰에서 만일 지구가 멸망해 다른 별로 가야 한다면 무엇을 가져가겠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고 한다.

“효(孝)와 경로사상이 아름다운 한국의 가족제도를 포함시킬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는 책에서 현대문명의 위기는 토끼처럼 달려가는 기술과 거북이같이 느린 정신의 속도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통찰했다.

오늘날 눈부시게 발전한 경제성장으로 물질적으로는 풍요 속에 살면서 정신문화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불균형을 이루면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자살률은 점점 높아만 가고 황혼 이혼이 늘고 있으며 고령사회가 되어 고독한 노후를 보내는 노인인구가 늘어가고 있다. 대가족제도의 아름다운 풍습은 사라지고 핵가족도 무너지고 가족이라고 할 수 없는 1인이 가정을 꾸리는 세대가 늘고 있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50~′60년대 가난했던 시절엔 주로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대가족이 한집안에 모여 살면서 지금보다 생활수준은 낮았지만 더 행복하게 살았던 것 같다. 방 하나에 모든 가족이 살을 맞대고 새우잠을 자면서 보리밥에 된장국과 나물을 먹으면서도 웃음이 넘쳐났고 가족의 정을 느끼며 살았기 때문에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향수에 젖는 사람도 많은 것이다. 가장(家長)이 장날 먼 길을 걸어서 늦게 집으로 돌아오면 마중을 나가서 반갑게 맞이하여 함께 저녁을 먹었다. 들녘에서 일할 때면 새참을 이고 나가 논밭두덩에 앉아 맛있게 음식을 먹던 모습은 추억 속으로 사라져갔다.

외국의 학자도 부러워했던 우리의 아름다운 가족제도가 언제부터인가 무슨 이유로 조금씩 파괴되어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문명의 발달을 조금 늦추더라도 아름다운 가족제도를 되살려야 한다. 그래서 가족이 모여 살아가는 둥지인 가정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야한다. 3대가 함께 살면 아주 이상적이지만 2대 만이라도 웃음꽃이 넘쳐나는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야 한다. 반드시 크고 좋은 집이 아니라도 좋다. 가족구성원이 서로 믿고 존중하며 부지런히 맡은 일을 하여 머물고 싶은 가정 따뜻한 사랑이 넘쳐나는 가정을 부부가 중심이 되어 함께 가꾸고 만들어야 한다.

조상대대로 내려온 우리만의 아름다운 전통문화가 많이 있는데 부모가 자녀에게 가르쳐주어야 한다. 훌륭한 조상의 하신일이나 업적 말씀 등을 직접 들려주면서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은 자신의 뿌리를 알게 되고 자존감이 생겨서 가문을 위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다. 이보다 더 좋은 가정교육은 없다. 어린이날 선물사주고 놀이공원에 데려가서 마음껏 놀게 해주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자녀가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감화를 받아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도 효(孝)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오월은 이러한 교육을 하기에 좋은 시기 이지만 조상의 제삿날과 명절 때나 집안의 행사가 있을 때 하면 더욱 좋다. 자녀에게 돈을 물려주려하지 말고 효와 경로사상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가족제도를 물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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