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너무 빠르다. 엊그제가 토요일이었는데 또 토요일 아침이다. 커텐을 열었다. 푸른 산, 푸른 나무, 푸른 잔디가 희망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하늘은 푸른 하늘로 동참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이들은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특징이다. 또 이들은 언제나 말이 없다. 침묵을 지킨다. 자기의 할 일만 한다. 보아주면 보아주는 대로, 보아주지 않으면 보아주지 않는 대로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산은 역시 대장부답다. 나무를 잘 길러낸다. 뿌리가 굳어지게 한다. 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한다. 기둥과 들보의 재목을 이룰 때까지 가슴에 품는다. 땅 속에 품는다. 기운을 준다. 누가 뭐라 해도 그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소신껏 한다. 자기의 사명을 알아 자기의 사명만 다한다.
제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나무가 잘 자라지 않는다고 이리저리 옮기지 않는다. 나무가 시들어간다고 냇가로 가지 않는다. 가지와 잎이 무성하지 않다고 아우성치지 않는다. 기둥과 들보의 재목이 되었다고 자랑을 하지 않는다. 깃발을 흔들며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선생님은 산과 같다 싶다. 언제나 학생들이 있는 곳에서 떠나지 않는다. 학생이 있는 곳에 선생님이 계신다.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따로 놀지 않는다. 약한 자들에게 뿌리가 견고하도록 흔들리지 않도록 돌본다. 가지가 가늘고 잎이 시들어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가슴으로만 앓는다. 어떻게 하는 것이 그들을 살리는 길인지 몰두하며 머리를 맞댄다.
그리하여 가지와 잎이 무성하도록 정성껏 돌본다. 기둥과 들보의 재목이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 오직 그들을 가슴에 품는다. 생각대로 따라오지 않아도 안달을 내지 않는다. 누가 뭐라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직 최선만 다한다. 학생들이 나라와 세계의 기둥과 들보의 재목이 되도록 잘 가르치고 잘 이끈다. 언제나 푸른 희망을 안고 살아가도록 힘을 실어준다. 세계를 가슴에 안고, 미래를 가슴에 품는 푸른 꿈의 학생들이 되도록 애쓴다.
우리 선생님은 물을 잘 다스리는 자와 같다. 물을 잘 다스리면 샘의 근원이 풍부하고 흐름이 길어서 물을 대는 이로움이 많다. 요즘처럼 가뭄이 심해도 물을 잘 다스려왔기 때문에 물을 대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잘 다스린다. 지혜가 풍부하고 지식이 풍성하도록 이끈다. 학생들의 지혜와 지식이 우리나라와 세계에 이로움을 줄 수 있도록 잘 가르친다.
또 우리 선생님은 가장 기르기 어려운 사람을 기르는 자다. 나무도 동물도 식물도 기르고 다스리기 어려운데 사람을 기르기는 더욱 어렵다. 이 어려운 일을 감당하는 분이 바로 우리 선생님이다. 그래서 우리 선생님들은 언제나 자부심을 느낀다. 긍지를 갖는다. “사람을 잘 기르면 뜻과 기운이 크고 식견이 밝아서 충의로운 선비가 나올 것이니, 잘 기르지 아니 할 수 있겠는가?” 명심보감 성심편에 나오는 말씀이다.
사람 기르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큰 뜻을 품은 인재를 키우고 세계를 움직이는 힘을 키우고 지혜가 많아지고 지식이 풍성하며 식견이 밝고 혜안이 넓어 나라를 바로 세워 나가는 충성된 참된 인재를 기르는 것이 교육이다. 이를 맡은 이가 우리 선생님이다. 교육이 바로 서면 나라가 바로 서고 교육이 흔들리지 않으면 나라가 흔들리지 않는다. 교육이 힘이 있어야 나라가 힘이 있게 된다.
산이 나무를 잘 기르듯이, 물 관리자가 물을 잘 다스리듯이,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잘 기르는 것이 우리들의 사명이요 우리들의 몫이다. 이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둥과 들보의 재목이 수십 년이 걸려야 얻을 수 있는 것과 같이 인재를 기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래를 내다보고 참고 인내하면서 말없이 묵묵히 기르면 된다.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인재가 나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