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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교육에 관한 보도는 진실에 근거해야 한다

아직도 미지의 세계로 알려져 있지만 수행자와 현자가 많은 나라 인도를 여행하면서 느낀 것을 적은 류시화 씨의 책 <지구별 여행자>에 이런 이야기 하나가 나온다.

저자가 열악한 이동수단인 버스에 타고 이동하다가 실내에 시끄럽게 음악을 틀어놓아서(인도에서는 이런 일이 흔하다고 함) 2층 지붕으로 올라갔다. 거기서 약 몇 천 원 가량을 받고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서 들은 이야기 한 토막이 있다.

남태평양 솔로몬 군도에는 그곳 원주민들이 큰 나무를 베는 독특한 방법이 있다. 이를테면 도끼나 도구를 이용해서 나무를 쓰러뜨리는 방법은 아니다. 그들은 나무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큰 나무 밑에 빙 둘러 앉는다. 그런 다음에 나무를 향해서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 ‘쓰러져라! 쓰러져라!’ 그렇게 한 달 정도 계속해서 큰 소리를 지르면 나무가 쓰러지고 만다는 것이다. 나무에도 영혼이 있기 때문에 그 영혼에 대고 힘껏 소리를 지르면 결국 죽고 만다는 것이 그들의 믿음인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반응은 여럿일 것이다. ‘말도 안 된다’부터 ‘상당히 일리가 있다’는 반응도 있을 것이다. 직접 보지 않았으니 사실 관계를 떠나, 무릇 모든 생명체에도 영혼이 있어서 스트레스인 나쁜 소리를 계속해서 주입하다 보면 언젠가는 결과가 생길 것이라는 결론이 앞의 얘기가 말하려는 알맹이인 듯싶다.

엊그제 어느 지방신문에 나온 교육계 관련 기사가 포털에 보였다. ‘그 교사는 친정 조부모까지 거짓으로 신고해 가족수당 챙겼다’는 큰 제목에, ‘00교육청, 교직원 수당부정 특별 감사 적발땐 금액의 3배까지 환수 방침’이라는 작은 제목도 보인다. 본문에는 이런 조사로 인하여 교육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우선 이 기사를 처음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필자는 우선 ‘아니, 교육계에 아직까지도 이런 사람들이 있나’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교육계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썩은 사과는 철저히 골라내야 한다’는 생각까지 이른다. 그런데 본문에 나온 지역 교육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표현은 뉘앙스가 썩은 사과 한둘의 얘기가 아닌 대다수가 이런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떨고 있다는 소리로 들린다. 물론 한 두 명의 범법자들이라도 죄가 있으면 철저히 가려내 일벌백계해서 추상같은 위엄과 청렴함을 보여야 한다. 또한 언론에서도 이것을 외면하지 말고 기사화해서 사회의 투명도를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극소수의 사람의 사례를 가지고 대다수 교직계가 그런다고 표현을 한다면 내막을 잘 모르는 시민들은 교육계 모두가 썩었다고 오해를 한다.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공교육 붕괴니 교권 추락이니 하는 말들이 더 가속화될 것이고 교육계에 혼란이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흔히 사람들은 사실(fact)과 진실(truth)을 혼동한다. 사실은 하나로도 그것이 성립되지만 진실로 받아들여지려면 반복되어야 하고 규칙성을 가져야 한다. 극지방에서 극야현상으로 해가 몇 날 안 떴다고 해서 해가 사라졌다는 주장을 한다면 그 누가 믿을 것인가. 어떤 사안에 대해서 진실한 보도를 해 줘야 신뢰가 가지, 한 두 사례를 가지고 대다수가 그렇다는 식의 보도는 삼가야 한다는 말이다. 앞에서 얘기한 솔로몬 군도의 원주민이 어떻게 큰 나무를 쓰러뜨렸는가를 한번 생각해 보라. 그들은 나무에 손을 대지 않고도 나쁜 마음 하나만으로 한참동안 외침으로써 커다란 나무를 넘어뜨리지 않았는가. 언론인들은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내 한 마디의 말이, 글이 교육이라는 큰 나무를 쓰러뜨릴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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