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원업무정상화방안이 여러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다. 올해 1학기부터 시행되었으니, 거의 한 학기가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이 방안이 시행되면서 가시적인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며칠전에 이와 관련하여 컨설팅이 있었다. 시행하는 학교와 시행하지 않는 학교의 교감과 교무부장등이 참석했다. 혁신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의 교감이 컨설던트로 나섰다.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가장 중요하게 논의된 내용은 내년부터 시행할때 어떻게 하면 무리없이 시행이 가능할 것인가였다. 교원업무정상화방안의 핵심은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업무를 경감하고 업무중심으로 이루어진 교무분장을 학년중심체제로 바꿔서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담임중심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방안을 시행하는 학교들은 각 학년부를 모두 신설하거나 개편하여 운영하고 있다.
업무를 경감하고 학년중심으로 교무분장을 개편하여 담임중심(혹은 학년중심)으로 생활지도가 되어야 한다는 부분에 공감을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학년중심으로 교무분장이 넘어가면서 담임들이 맡고 있었던 업무들이 행정전담부서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교무행정지원사를 1명씩 지원해 주었지만 여러명이 하던 일을 한 두명의 교사와 교무행정지원사가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교원의 업무경감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업무를 다른 교원에게 떠넘긴 꼴이 되는 것이다.
과학실험보조사나 교무지원사(교무보조)를 활용하여 업무를 처리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들은 이들 고유의 업무가 있다. 과학실험준비와 과학관련 행사업무를 맡고 있는 실험보조사나 학교내의 각종 업무를 기존부터 해왔던 교무보조가 행정업무에 매달리면 결국은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문제를 단순히 접근하여 업무를 부여했다는 것은 결코 업무경감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런 사정때문에 교감들이 많은 업무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실제로 교원업무정상화방안을 시행하는 학교의 교감들은 기존의 각 부서에서 해오던 업무를 대부분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각종 보고 업무에 교감이 매달리면서 교감 고유의 업무가 어렵다고 한다. 올해 시행하는 학교 중에서 혁신학교는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교무행정지원사가 다른 일반학교보다 더 많이 지원되었기 때문이다.
교무행정지원사가 1명인 일반 학교는 업무의 재구조화가 되긴 했어도 교원들의 갈등이 커지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 즉 행정전담팀에 속해있는 교사들은 업무가중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학년부에 포함된 교사들은 업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같은 교사들끼리 업무가 많고 적음으로 인해 갈등을 겪는 것이다. 내년 쯤 가면 모두가 학년부에 가겠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한가지 덧붙인다면 교무행정지원사의 보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한달에 100만원 정도의 보수를 받는데 업무만 놓고 본다면 상대적으로 허탈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계약직이긴 하지만 좀더 보수를 현실에 맞게 책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낮은 보수로 인해 언제든지 학교를 떠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무행정업무를 처리할 만한 인력을 쉽게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일 행정보조사가 바뀌면 처음부터 업무처리에 대한 교육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교원업무정상화방안의 문제점으로 첫째, 행정전담팀과 학년팀과의 형평성 문제, 둘째 교감의 업무가중, 세째, 교무행정지원사의 보수가 너무 낮다는 것과 인원수의 절대부족 등이다. 따라서 교원업무정상화방안은 업무경감이 아니라 어느 한족으로 업무를 몰아주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에 전면적인 시행에 앞서 다시 검토 되어야 한다. 또한 교감들의 업무가중에 대한 문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의 학교구조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교무분장을 인위적으로 개편하지 말고, 교무행정지원사를 각 학교에서 적절히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의 여건이나 상황에 따라 교원들의 업무경감을 위해 교무행정지원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찾도록 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일괄적인 추진은 도리어 학교를 혼란스럽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자율에 맡기는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