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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의 마음가짐 (47)

어제부터 오늘까지 내리는 비는 단비 중의 단비다. 농심이 타들어가 마음 자체가 검게 물들 즈음에 하늘은 우리들에게 단비를 내려주었다. 농심을 달래주었다. 위안을 주었다. 용기를 주었다. 희망을 주었다. 주름진 얼굴을 활짝 펴 주었다. 우리 선생님은 단비 중의 단비가 아닌가 싶다. 애타게 기다릴 때 꼭 필요할 때 줄 줄 아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단비는 내려도 요란스럽지 않다. 야단스럽지 않다. 시끄럽지 않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저 성실하게 필요한 이들에게 모두 내려주기만 한다. 우리 선생님들은 요란스럽지 않다. 야단스럽지도 않다. 말이 많지도 않다. 자랑스럽게 여기지도 않는다. 그저 필요한 이들에게 유익을 주기만 한다.

우리 선생님은 그릇된 말은 반 마디도 하지 않는다. 한 점의 불티와 같은 그릇된 말, 도움이 되지 않는 말, 남을 해롭게 하는 말은 반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은 한 점의 불티와 같이 만경의 숲을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릇된 말은 반 마디라도 하면 평생의 덕을 허물어뜨림을 알기 때문이다.

단비는 필요할 때 필요한 것 나누어주면서 생색내지 않고 말을 아낀다. 필요 없는 말 하지 않고 도움이 되지 않는 말 하지 않는다. 한 점의 불티처럼 튀지도 않는다. 우리 선생님들도 그러하다.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 충분하게 나누어주기만 한다. 공평하게 나누어준다. 그 가운데 짧은 반 마디라도 그릇된 말, 자극이 되는 말,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은 아예 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선생님은 마땅히 존경받은 만한 존재다.

단비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만든다. 강요하지 않는다. 꼭 감사해야 함을 역설하지도 않는다. 걸출한 입심으로 왜 감사해야 하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행동으로 감사를 느끼게만 만든다. 우리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만든다. 강요하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행동으로 감동을 느끼게만 한다.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선생님은 위대하신 시인이구나, 선생님은 위대하신 과학자이구나, 선생님은 위대하신 음악가임을 스스로 느끼며 감사하게 된다. 몸에 한 오라기의 실을 입었어도 항상 베짜는 여자의 수고로움을 생각하고 감사하듯이 나의 참된 모습을 보고서 항상 내 앞에서 가르치시는 선생님을 생각하고 감사하게 된다. 하루 세 끼니의 밥을 먹을 때 농부의 힘드는 것을 생각하듯이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를 하면서 선생님의 가르침이 얼마나 힘드는 것임을 생각하며 감사하게 된다.

단비는 우리 어머니와 같은 심정이다. 가난한 시절 어린 자녀들에게 한 끼라도 제대로 먹이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모습은 바로 우리 학생들이 가르쳐도 가르쳐도 이해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우리 선생님들의 심정이다.

힘들어도 어머니는 농부의 삶을 만족스러워 한다. 자녀들이 그렇게도 고맙게 자라나는 것을 보면서 뿌듯해 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이 바로 우리 선생님의 마음이다. 선생님들의 가르침의 생활도 너무 힘들다. 그래도 만족스러워한다. 그들이 고맙게도 잘 자라고 반듯하게 자라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비는 시들시들 말라 죽어가는 만물이 다시 소생하는 것을 보면서 만족해하듯이 우리 선생님들은 도저히 가망이 없어 보이는 학생들까지 다시 힘을 내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빙그레 웃으며 만족해한다.

가뭄 속에 말라 들어가는 식물들의 애타는 심정, 울면서 울면서 단비를 그리다가 지쳐 쓰러져 있는 식물들의 심정을 단비는 그들 속에 들어가서 마음을 달랜다. 우리 선생님들도 아무리 노력해도 빛이 보이지 않고 울면서 고민해 봐도 희망이 안 보여 포기할 즈음에 따뜻하게 다가가서 어머니처럼 따뜻하게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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