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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욕망해도 괜찮아>를 읽고



다른 사람에게 나를 보여주는 것은 여러 방법이 있지만 흔하게 하는 것은 말과 글이 아닌가 한다. 우선 전파속도가 빠르고 표현에 있어서 쉽게 사용할 수 있기에 그렇다. 필자 또한 글쓰기를 애용한다. 한 달에 서너 건씩 한교닷컴에 기고해서 내가 가진 생각과 지향할 바를 다른 사람에게 내놓는 것이 작은 취미라고 할까.

여기 글쓰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현재 경북대 로스쿨에서 형사법과 형사소송법 등을 가르치고 있는 김두식 교수다. 그는 사법시험 합격 후 군법무관을 마친 다음에 검사를 하다가 6개월 만에 그만둔다. 적성에 안 맞고, 부인의 유학으로 인하여 떨어져 살아야 하기에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고 한다. 보통사람이 생각하기에는 독특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렇게 독특하지 않다. 그저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분야, 이를테면 성적 소수자 문제, 병역 문제, 동성애 등에 관심이 많다. 다수를 지향하는 삶을 조금은 꿈꾸었지만 언제나 소수를 향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할까.

그가 쓴 책 중에서 읽어본 것은 <헌법의 풍경>, <불멸의 신성가족>이다. 모두 법조계의 숨겨진 내면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특히 <불멸의 신성가족>은 법조계의 적나라한 문제들인 전관예우(전직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승소율이 다른 변호사보다 높은 현상으로 능력 있는 변론과는 큰 상관이 없다), 전화 변론(주로 검사출신 변호사가 후배 검사에게 선임계를 내지 않은 채 전화로 사건 청탁을 하고 돈을 받는 것으로 명백히 변호사법 위반임), 법조 브로커, 탈세 문제 등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왜냐면 지금까지 우리나라 법조계는 사법시험이라는 한 방법으로 모두가 배출되었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인적 네트워크가 이루어져 있기에 자신들의 치부를 함부로 드러내는 것은 상당히 드물었다. 그런 것을 김 교수가 법조계 사례의 일부분이지만 과감히 드러냈다.

그랬던 김 교수가 이번에는 <욕망해도 괜찮아>라는 책을 냈다. 부제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를 붙였다. 우선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이 있다면 참 담백하면서도 솔직하게 자기를 나타냈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 책 개요를 보면 9개 분야로 나눠놓았는데,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학력 검증 신드롬을 일으킨 신정아의 <4001>의 재미와 의미, 학벌이 불 지르는 희생양의 메커니즘, 사람들 사이의 궁합, 위인전 과잉의 부작용, 영화 ‘색, 계’에 대한 이야기, 학벌, 중산층문화와 같은 다양한 사회적 현상을 욕망이라는 관점에서 말하고 있다. 필자는 이 책을 들고서 사흘 정도 걸려 읽었는데, 내용이 쉬우면서도 영화나 사례 등을 가미해서 이해하기 수월했다.

작자는 본인도 다수가 원하는 것, 출세욕, 과시욕, 성욕 등에 있어서 별다름이 없음을 솔직히 인정한다. 다만 보통 사람과 그가 다른 것은 그것을 담백하게 인정하고 행동이나 말을 이어간다는 점이랄까. 그래서 책 표지에 쓰여 있듯이 이러한 글은 청춘에게는 희망을, 중년에게는 공감을 선사하는 이야기들이다. 큰 부담 없이 읽어 볼 수 있는 책, 읽다보면 쉽게 공감이 가는 책, 무더운 여름에 읽어도 재미있을 법한 <욕망해도 괜찮아>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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