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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의 마음가짐 (60)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기숙사의 형광등 불만 반사되어 보일 뿐이었다. 교실에 불이 켜져 있을 때는 생명력이 있어 보기가 좋더니만 불이 꺼져 있으니 적막하기만 하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의 양혜왕장구하 제8장을 읽었다. 제8장은 그렇게 길지 않다.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고집을 꺾을 줄 모르는 제선왕과 박학다식(博學多識)한 맹자는 너무나 대비가 되었다. 권력을 휘두르는 제선왕과 같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학식이 넓고 아는 것이 많은, 그야말로 해박한 맹자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맹자와 같은 선생님이 되면 정말 신날 것 같고 가르치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 같다. 학생들이 잘 따라오지 않고 속을 썩이는 일이 있다 할지라도 참고 또 참으면 더욱 빛나리라는 생각도 든다.

맹자께서 늘 강조하시는 내용 중의 하나가 인의(仁義)를 중시하라는 것이다. 인(仁)은 사랑을 베푸는 것이고 의(義)는 바르게 행하는 것이기에 학생들을 가르칠 때 사랑이 떠나면 안 되고 바르게 행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학생들이 아무리 미워도 미워해선 안 되고, 학생들이 사랑받은 짓을 하지 않아도 미워하지 않아야겠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학생들을 사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내 가족이 아닌데 어떻게 나의 가족처럼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참된 교육이고 맹자께서 원하는 교육이다.

학생들이 거짓을 말하고 나쁜 짓을 하고 욕설을 하고 폭력을 행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 의를 행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정직을 가르치고 선한 것을 가르치는 것이 의를 해치지 않는 것이다. 무엇이 바른 것이며 어떻게 행하는 것이 바른 것인지 가르치는 것이 의(義)를 가르치는 교육이다.

제선왕은 맹자께서 권하는 인의(仁義)를 중시하는 왕도정치를 원하지 않았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인의(仁義)를 해치는 패도정치를 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패도정치를 한 걸(桀)이 추방을 당하고 주(紂)의 말로가 비참함을 보고 자기도 걱정이 되었는지 맹자에게 물었다. “탕이 걸을 추방하고 무왕이 주를 정벌하였다 하니 그러한 일이 있습니까?” 맹자께서는 “전(傳)에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사랑의 사람, 덕망이 있는 사람이 아닌 왕이 나라를 다스리면 결과가 좋지 못하니 언제나 사랑을 베푸는 정치, 덕을 나누는 정치를 해야 함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들도 언제나 사랑의 선생님, 덕의 선생님이 되도록 힘써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인정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부끄러움과 수치를 당할 수도 있다.

걸(桀)과 주(紂)는 포악한 군주다. 사랑을 베풀지 않았고 바르게 행하지 않았다. 인의(仁義)와는 거리가 먼 오직 자기의 힘으로 정치를 해온 왕들이다. 결국 이들은 추방되고 정벌당하고 말았다. 이들은 인(仁)을 해치고 의(義)를 해치는 자들이었다.

제선왕은 맹자에게 항의하였다. “신하가 자기의 임금을 시해해도 됩니까?” 하고 따졌다. 그러자 맹자께서는 인을 해치고 의를 해치는 주(紂)를 죽였다는 말을 들었어도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하였다. 이 말 속에는 인을 해치고 의를 해치는 자는 왕이 될 자격이 없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인을 해치고 의를 해치는 왕은 왕의 자리에 있어도 왕이 아니듯이 우리 선생님들도 인을 해치고 의를 해치게 되면 선생님의 자리에 있어도 선생님이라고 아니라고 맹자께서는 말씀하고 계신다.

맹자께서는 인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 하였고, 의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고 하였다. 사랑의 삶을 살지 못하면 적(賊) 즉 ‘도둑’이요, ‘역적(逆賊)’이요, ‘해충’이라고 하였고 의를 해치는 자를 잔(殘) 즉 ‘잔인한 자’ ‘살인자’ ‘흉악한 자’라고 하였다. 맹자의 표현이 이렇게 지나칠 정도로 강력함은 사랑을 베푸는 것과 의를 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암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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