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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의 마음가짐 (65)

태풍이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잘 지나갔다. 다행이다. 태풍이 우리말을 들어서 피해간 것이 아니다. 우리가 요구한다고 해서 살짝 피해 간 것도 아니다. 어쨌든 고마울 뿐이다. 태풍이 지나간 뒤의 하늘은 너무 멋지다. 시인들은 태풍 후의 하늘을 보면 저절로 노래가 나올 것이다.

어떤 시인의 ‘시인과 독자’라는 시 한 편을 읽었다. 더운 여름에는 시 한 편을 읽고 음미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땀을 식힐 겸 정서적인 안정을 찾기에는 시를 읽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화려한 것을 보면/ 사람들은 시인에게/ 멋진 시를 지으라고 요구를 한다// 좋은 것을 보면 시가 나오고/ 즐거운 것을 보면 노래가 되려면/ 슬픈 것들은/ 하찮은 것들은/ 어찌 할거나!// 슬픔을 삭여 아름다운 시를 낳고/ 혼자만의 아픔 속에서 사랑을 노래할진대/ 시인은 시시하게 살고/ 독자는 무리한 요구를 한다.//

선생님들은 교직생활을 하면서 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한편으로 힘들어할 때도 있다. 어떻게 하라고 요구를 할 때 힘들다. 교장이 요구한다. 교감이 요구한다. 학부모님들이 요구한다. 학생들이 요구한다. 요구사항이 어찌 그리도 많은지? 어떤 때는 짜증이 날 때도 있다.

자율성과 책무성이 보장되어 있는데도 자율성을 자꾸만 제약하면서 책무성만 강조한다. 이럴 때 선생님들은 정말 화가 난다. 그래도 참는다. 선생님의 멋진 면을 이런 데서 찾아볼 수 있다.

학생들은 교복에 대한 요구사항이 많다. 두발에 대한 요구사항도 많다. 학교식당 식단에 대한 요구사항도 많다. 수업에 관한 요구사항도 많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들은 얼굴이 일그러진다.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그래도 학생 중심의 교육, 고객 만족의 교육,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란 측면에서 참고 또 참는다. 최대한 수용하고 수용한다. 만족을 주기 위해서다.

독자는 시인들도 가만두지를 않는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멋진 시를 지으라고 요구하고 화려한 것을 보면 또 역시 멋진 시를 지으라고 요구한다. 그럴 때마다 짜증이 날 것이다. 그래도 짜증을 내지 않고 모든 것을 잘 참고 잘 이겨낸다. 속으로만 ‘그건 아닌데’ 하면서 말이다. 우리 선생님들도 그러하다. 요구사항이 있을 때마다 속으로만 ‘그건 아닌데’ 하면서도 잘 참고 넘어간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교직생활의 지혜이다.

좋은 것을 보면 시를 지으라 하고 즐거운 것을 보면 노래하라는 것은 독자 입장에서는 당연한 요구인지도 모른다. 독자들은 시를 짓고 노래하는 것이 서툴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요구할 때 그것을 이해하면서도 ‘좋은 것, 아름다운 것, 즐거운 것만 시를 짓고 노래하면 슬픈 것, 하찮은 것은 어쩌란 말인가?’ 하고 속으로만 되뇐다. 슬픈 것을 잘 이겨내고 아름답게 시를 짓고 하찮은 것 가운데서도 귀함을 깨달아 노래하는 것이 시인의 사명인데 독자들을 그것을 모른다. 그래도 독자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선생님들은 시인과 같다. 학생들, 학부모님들의 요구사항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참고 견뎌내어야 하며 너무 무리한 요구다 싶어도 시인처럼 속으로만 되뇔 뿐 학생들, 학부모님들의 요구사항에 귀를 기울이며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이해하면서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와 같은 자세가 우리 선생님들의 바른 자세다.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면서 사는 것이 시시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근사하게 사는 것이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따질 필요도 없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나아갈 방향이다.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것들이 있다면 알아듣기 쉽도록 설명하고 설득해 나가면 된다. 시인이 독자에게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요구할 때 ‘혼자만의 아픔 속에서 사랑을 노래할진대‘ 식으로 이해가 되도록 설명해 주었다.

그러면 학생들도 학부모님들도 수긍을 한다. 이해를 한다. 불평을 하지 않는다. 더 이상 요구하지 않는다. 학교 교칙에 맞게 생활한다. 적응을 한다. 질서를 배운다. 법을 배운다. 학교생활에서 만족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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