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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의 마음가짐 (67)

커텐을 열었다. 컴컴한 암흑이었다. 가로등 불빛만 환하다. 가로등 불빛을 의지해서 차량 한 대가 지나간다. 창문도 거울이 된다. 창문을 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원한 찬바람은 온 몸을 적신다. 가로등은 밤을 모른다. 자기 자리를 떠날 줄도 모른다. 부산하지도 않지만 부지런하다. 요란스럽지도 않지만 열정을 다한다. 차량 한 대라도 사고 없이 무사히 잘 지나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우리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선생님은 가로등과 같다. 밤을 모른다. 부산하지도 않고 부지런하기만 하다. 요란스럽지 않지만 열정은 불같이 타오른다. 한 학생이라도 바른 길 가게 잘 인도한다. 그게 나의 사명이라 믿고 밤잠을 설친다. 누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선생님의 행동은 은밀하고 진실하다. 고마운 분이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언제나 유익을 준다. 언제나 준비된 마음이다. 준비된 자세다. 학생들이 받아들이려고 노력만 하면 준비한 것 다 나누어준다. 아끼지 않는다. 없어질 때까지 다 나누어준다. 없어지면 다시 채운다. 다시 밤잠을 설쳐서라도 다시 준비한다. 선생님의 모습이 이러하다.

선생님은 언제나 어두운 이들에게 거울이 된다. 한밤중 창문이 불빛에 의지해서 작은 거울이 되듯이 우리 선생님들은 어둠 속에서 헤매는 이들에게 불빛으로 다가가 작은 거울이 된다. 학생들은 맑은 거울을 보고 본을 받는다.

새벽 미명에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를 읽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우리 선생님들은 담쟁이다. 학생들은 ‘벽을 보고 나는 오를 수 없다’하고 절망하고 좌절하고 있을 때 선생님은 말없이 ‘아니야. 오를 수 있어’ 하면서 시범을 보인다. ‘아, 나도 오를 수 있구나!’ 나도 이렇게 오르면 되겠구나 하면서 새로운 힘을 얻는다.

학생들은 벽을 보고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라고 절망하고 있을 때 선생님은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아니야, 그런 환경이 어디 있어? 나 쳐다봐!’ 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학생들은 ‘꿈이 있는 거북이는 쉬지 않구나,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구나, 꿈이 있는 거북이는 어떤 어려운 환경도 굴복하지 않고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구나, 꿈이 있는 거북이는 반드시 해 내구나...’ 하는 것을 담쟁이 같은 선생님에게서 배운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선생님을 보고 다시 힘을 얻는다.

학생들이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선생님은 다가가서 ‘아니야 넘을 수 없는 벽은 없어, 노력하면 돼, 혼자 힘으로 안 되면 친구들과 힘을 합쳐 함께 가면 돼, 서로 격려하며, 서로 위로하며 힘을 얻으면 돼’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 선수가 한계의 지점에 이르렀을 때 죽을 것 같고 심장이 멎을 것 같고 주저앉을 것 같아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친구랑 최선을 다해 달리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어’ 이러면 학생들은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을 얻는다. 다시 푸른 희망의 꿈을 안고 나아가게 된다.

학생들에게 여름방학이 절망의 시기, 데드포인트(dead point)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담쟁이 같은 선생님을 바라보면서 다시 친구들과 함께 서로 위로하며, 격려하면서 힘차게 나아가면 고비를 넘길 수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앞으로 올라가면 넘을 수 있다. 절망의 벽이 푸른 벽으로 다 변화하는 그 날까지 나아가면 된다. 절망의 벽은 없다. 다 넘을 수 있는 벽이다. 그 모습을 보여주는 이가 바로 우리 선생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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