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말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의 한 중학생의 학부모가 대구교육청, 학교법인과 교장, 담임교사, 가해학생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학교, 교장, 담임교사, 가해학생 학부모는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 1억 3천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 대구지법의 이번 판결은 앞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와 담임교사에게 심리적 책임 외에도 경제적 책임을 지우는 중요한 판례가 될 것이다.
물론 학생을 교육하고 보호하는 요람인 학교의 책임은 회피하거나 면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그 양태가 천차만별이고, 피해학생의 심리적ㆍ행동적 징후 판단 등 예측이 매우 어려운 특성이 있다. 특성상 은밀한 장소에서 교사들도 모르게 진행되는 학교폭력에 대하여 학교와 담임교사의 책임 부여는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담임교사가 학생의 상담, 학부모와의 연락을 통해 나름대로 과정상 충분한 의무를 수행하였음에도 통상적인 보호․감독의 의무를 들어 연대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판단이며, 이는 앞으로 학생지도와 학교폭력에 대한 교원의 책임 범위에 대한 지표가 되고, 나아가 이에 대한 학교와 교원의 걱정은 더해 갈 것이다.
물론, 지난 해 발생한 대구 중학교 학생의 자살은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범정부ㆍ범사회적인 대처를 촉발한 사건이다. 당시에도 전 국민들의 큰 반향을 일으켰던 사건이었다.
다만, 이번 학교와 담임교사의 배상 판결은 교육현장에서는 학교폭력을 학내문제의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라는 점에서 일선교원들의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다. 또, 학교에서는 이후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교육적 차원의 접근 보다는 재발 방지를 위한 징벌적 차원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증가할 우려가 없지 않다.
특히 이번 배상 판결은 사립학교와 교장, 담임에 대한 학생 보호 감독 책임을 물은 반면, 교육청은 직무상 의무를 게을리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배상책임에서 제외하여 균형성을 상실하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이로 인하여 추후 학교폭력과 관련한 사안에 있어 지도·감독권이 있는 교육청은 제외되고 학교와 교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관행이 계속될 개연성이 있어서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결국, 이번 대구지법 판결로 학교폭력 예방과 대처에 대한 교직사회의 한숨과 근심은 또다시 늘게 되었다. 학생인권조례 추진 이후 학생 생활지도에 있어 교사의 자율성과 지도성을 크게 제한해 놓은 상태에서 추후부터는 학교폭력으로 나타난 여러 문제에 대한 사법적 책임 부담까지 져야할 상황이 되어 추후 담임기피현상 심화 등 심리적 부담 가중으로 교원들의 자긍심이 크게 훼손되고 긍정적인 직무수행이 제약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이번 대구지법 판결에 즈음하여 분명히 되짚어 보아야 할 점은 학교폭력예방과 학교폭력 발생의 책임이 학교와 담임교사에게만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사실 학교폭력 예방과 발생에 대한 책무는 가정, 사회, 학교를 통틀어 전 국민에게 있다고 보아야 타당하다.
아울러, 이번 판결을 통해 학교폭력으로 소중한 자녀를 잃은 유가족의 큰 슬픔을 다시금 헤아리고, 교직사회가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함께 노력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학교폭력 문제가 특성상 학생들만의 문제에서 외부로 노출되기 전까지는 학교와 교원들이 인지하기 어렵고, 교원의 학생지도권이 크게 약화된 현실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채 학교와 교원의 보호 감독 의무를 폭넓게 해석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모든 판결이 소송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에게 교화와 사회화의 지표가 된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과 국민들의 법 감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판결이 도출되어야 한다. 이번 판결이 전국의 학교와 교사들에게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에 대해서 적극적ㆍ긍정적인 대처보다는 더욱 소극적ㆍ부정적 은폐에 치중할 개연성이 농후하여 걱정스러운 것이다.
최근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종합생활기록부 기재를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거부하고 있고,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교권추락과 교사의 학생생활지도권 약화, 교원 사기 저하라는 현실에서 학교폭력 결과에 대한 사법적 책임마저 교직사회가 고스란히 져야 하는 책무는 분명 교육을 담당하는 요람인 학교와 교사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인 것이 사실이다. 더욱 걱정인 것은 이와 유사한 사건과 배상 판결이 추후 비일비재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설상가상으로 우리 교직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