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왜 그렇게도 태풍이 잦을까? 한 고비 넘기고 나면 또 한 고비를 넘겨야 하고 또 넘겨야 하다니... 그래도 참고 견디며 다시 일어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폭우에다, 강풍에다, 해일에다 없었으면 하는 것들이 한꺼번에 다 일어났다. 이제 제발…
지금 선생님들은 지칠 대로 지쳐 있는 것 같다. 학생들 지도하기가 예전 같지 않고 선생님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분도 생기고 학부모님들도 함께 힘들어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고비를 잘 넘기고 함께 힘을 내어 목표를 향해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고려 후기의 학자이며 정치가인 이제현(1287-1367) 선생님은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꿈을 이뤄낸 대표적인 분이 아닌가 싶다. 그분이 지은 ‘곡령에 올라’라는 시를 보면 짐작이 된다. 몸은 최악의 상태가 되어도 자기의 할 일은 하는 사람이다. “목에선 단내 나고 비 오듯 땀 흘리며 열 걸음에 여덟아홉 쉬면서 간다.” 최악의 몸 상태이지만 목표를 향해 포기하지 않고 가고 있다.
남들이 자기를 앞질러가도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오직 자기의 걸음으로 자기의 목표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 자기의 할 일임을 알고 있었다. “뒷사람 앞서 간다 괴이하게 생각마소 천천히 가도 결국엔 꼭대기에 이를 테니”
어찌 보면 졸자(拙者)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졸자(拙者)가 교자(巧者)보다 더 낫지 않은가? 명심보감 성심편에 보면 염계 선생님(북송의 유학자)은 교자(巧者)와 졸자(拙者)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서 졸자(拙者)가 되도록 가르치고 있다.
교자(巧者)눈 말을 잘하는 사람이고 졸자(拙者)는 말이 없다. 자신을 다듬기 위해서, 자신을 보충하기 위해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 없는 것이 좋다. 말을 잘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행동을 잘해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 오래 간다.
교자(巧者)는 똑똑해 보이고 유능해 보이고 지혜가 많아 보인다. 부지런히 하고 수고가 눈에 보인다. 요란스럽기도 하다 반대로 졸자(拙者)는 말이 없다. 몸이 망가져도 자기의 할 일만 한다. 입에 단내가 나도 몸에 비 오듯 땀이 흘러도 자기의 할 일은 반드시 한다. 조용하게 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인정해주지 않아도 그것 별로 개의치 않는다.
말이 없이 성실하게 하는 선생님이 더욱 돋보이게 되어 있다. 자신의 몸이 망가져도, 수업을 할 때 입에 단내가 나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잘 참아가며 수업하는 선생님이 최고의 선생님이다. 이제현 선생님이 그러한 선생님이다.
교자(巧者)와 같은 자를 조금도 부러워하지 않고 의식하지 않는다. 언제나 평온한 마음으로 맡은 일을 감당한다. 마음에 여유가 있다. 오직 학생들의 장래를 위해, 꿈을 이루어가는 일에 인도자가 되어주는 일에 관심을 가진다.
교자(巧者)는 경쟁심이 많다. 이 경쟁심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힘들게 하고 자신의 몸을 망가뜨리게 된다. 늘 자신만 챙기고 자신의 유익만 바라보면서 살아간다. 염계 선생님은 교자(巧者)는 흉하고 졸자(拙者)는 길하다고 하였다. 교자(巧者) 같은 이를 좋아할 필요도 없고 그런 이를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그런 분은 언젠간 흉하게 되고 말기 때문이다.
앞다투어 가는 자 부러워하지 않고 오직 자기의 맡은 사명을 위해 한 걸음씩 걸어가는 졸자(拙者)와 같은 이를 좋아하고 그런 분이 되려고 노력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런 분은 길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제현 선생님 같은 분처럼 최악의 컨디션에도 포기하지 않고 최악의 몸 상태를 가졌어도 흔들리지 않고 속도에 구애받지 않고 방향만 바로 잡고 가는 그 아름다운 마음가짐, 자세를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꿈이 있는 거북이는 졸자(拙者)와 같이 보일지 모르지만 반드시 꿈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