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따지고 보면 2009개정교육과정은 한번쯤 수정될 수 밖에 없는 교육과정이었다. 집중이수문제와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일부 수정되어 고시 되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일선학교의 혼란이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조금더 매끄럽게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 교사들이 이야기이다.
집중이수제 부분에서는 매학년 8개교과 이내로 편성하도록 한 것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예술, 체육교과는 8개교과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것이 수정고시 내용이다. 예술교과나 체육교과는 학생들이 학습하는데 부담이 덜 하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이를 두고 교사들은 '차라리 집중이수제는 살려 두되, 교과수는 학교 자율에 맡겼어야 옳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쩌면 교과부에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8객교과 이내라는 근간은 그대로 두고, 명분을 살리기 위해 예술, 체육교과만 제외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스포츠클럽활동은 교사들 대부분이 공감을 하지만 여건 미성숙과 추진과정의 미숙함으로 학교가 혼란을 겪는다는 지적을 한다. 3년간 136시간을 이수하도록 한 것은 현재 음악, 미술교과의 기준수업시수와 같다. 음악, 미술도 3년간 136시간을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 스포츠클럽활동으로 136시간은 과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좀 지난 일이긴 하지만, 이런 변화를 교원들에게 홍보하고 취지를 알리기 위해 직원연수를 실시하였다. 사실 관련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의 부장이나 담당자는 개정된 교육과정을 어느정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교원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수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까지 설명을 한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다.
그래도 열심히 설명을 했는데, 질문이 들어왔다. '집중이수제에서 예술, 체육교과만 제외하고 다른 교과는 제외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네요. 선택과목도 제외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요? 또 스포츠클럽활동 강화로 주중 7교시 수업이 늘어나게 되는데, 도대체 교과부에서는 이런 현실을 아는지 모르겠네요. 차라리 다른 교과의 수업을 줄이고 스포츠클럽활동을 도입하도록 교육과정에 함께 고시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무조건 학교에 강제로 하도록 지시하면서 교육과정은 학교특색을 살려 편성하라는 것이 말이 됩니까?'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냥 교과부에서 교육과정을 그렇게 고시했으니 해야 한다고 답을 해야 하나, 아니면 나중에 답해 준다고 해야 할까. 잠시 생각을 하다가,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이해가 안갑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어떻게 명확히 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교과부에서 제시한 교육과정 고시 내용에 따라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수가 끝난후 그 선생님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연히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이야기 밖에는 달리 할 이야기가 없었다. 계속해서 학교의 현실을 알려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뿐이다.
이제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지친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도 개선이 안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시작된 건의사항이 제대로 전달이 되는지도 의문이 생긴다. 학생들 지도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교육과정만이라도 제대로 편성하여 제대로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모든 교원들의 소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