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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성(城)을 쌓는 자는 망한다

워크맨은 80년대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보냈던 필자와 같은 사람에게는 로망이었다. 얇고, 가벼우면서 기능과 음질 또한 우수해서 그 당시 학생들에게는 반드시 갖고 싶은 시대의 필수품이었다. 귀에 꽂고 듣는 이어폰 달린 워크맨을 가진 친구 녀석이 마냥 부러웠으나 10만원이 넘는 고가여서 언감생심 사달라고 하지 못한 아스라한 기억이 있다. 하여튼 워크맨은 그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런 소니 워크맨이 내년부터는 생산이 중단된다고 한다. 시장에서 외면을 받기 때문이다.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MP3 같은 새로운 제품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데 소니는 이것을 따라가지 못했다. 경제지를 보면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전자 3총사의 신용등급이 모두 정크본드(junk bond, 투자 부적격 채권)로 떨어졌다고 한다. 산요는 흡수 매각으로 아예 공중분해 되었다. 전자왕국 일본 신화는 이제 더 이상 설 땅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워크맨은 한때 정말 혁신이었다. 음악을 집에서 큰 전축으로 듣는다는 개념을 손안으로 가져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구속되기 싫어하고, 나만의 삶을 즐기려는 그 당시 젊은이들의 트렌드에 맞추어 놓은 가히 혁명적인 변화였었다. 하지만 그런 소니가 이제는 볼품이 없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세상이 바뀌는 것에 맞춰서 변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혁신에 둔감했기 때문이다. 즉, 안이한 대응이 문제인 것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변하고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니는 과거의 명성에 기대서 변화를 거부했기 때문에 도태된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는 ‘창조적 에너지의 상실’을 소니의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소니의 창업 세대들이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은퇴하자 소니 조직 특유의 부드러움과 신속성, 창조적 경영이 감퇴하면서 급격히 보수화하고 관료화했다고 한다. 새로운 경영자는 소니를 잘게 쪼개서 전 경영자의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했고, 본사는 관리와 평가 기능만 맡았다. 계열사들은 본사의 눈에 들기 위해 가시적이고 단기적 성과를 내는데 골몰하다보니 조직은 점차 망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니 사례는 우리 교육계에도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요구는 날이 갈수록 변화하고 다양해진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야하는 학교는 변화에 매우 둔감하다. 교육이란 것 자체가 혁명적인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 쉽사리 변하기 힘들다는 특성이 있지만 다른 조직에 비해서 상당히 보수적이고 변화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심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기에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극단적인 해고나 조직해체 같은 극약처방이 존재하지 않아서 변화에 더 둔감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디 공기만 드나든다고 해서 자전거펌프를 생명체라고 하겠는가. 살아 움직이고 생각할 줄 아는, 주변의 상황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적응할 줄 아는 생명체와 조직만이 살아남을 가치가 있다. 과거에 배웠던 교육이론과 답습했던 행정이론으로 정책고객을 대했다가는 불신을 받기 쉽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듣고, 교육현장에 바로 반영할 수 있도록 귀를 크게 여는 것이 올바를 태도일 것이다. 광활한 대륙을 경영했던 몽골의 칭기즈 칸은 ‘성(城)을 쌓는 자는 망한다.’고 일갈했다. 유목민이 어느 지역에 안주해서 나태해지면 위험하다고 경고한 것이다. 유목민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환경에 적응해야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 교육계 또한 그렇다. 나만의 교육행정 이론과 생각에 갇혀서 세상의 변화를 거부한다면 그 결과는 뻔한 것이다. 끊임없이 자기를 평가하고 연찬하는 것, 그것이 교실의 작은 변화를 이끌고 교육이 살아남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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