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서울교육청은 그동안 교육전문직으로만 보임하던 서울교육연수원장과 서울교육연구정보원장 등에 ‘3급 일반직 지방공무원’을 보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기구 설치 조례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동안 교육전문직인 ‘장학관 또는 교육연구관으로 보하거나 개방형전문직위로 한다’고 돼 있던 현행 규정에 은근슬쩍 3급 일반직 공무원을 끼워 넣은 것이다. 일반직 공무원이 원장으로 보임될 수 있는 길을 공식적으로 열어놓고자 하는 의도인 것이다.
이와 같은 입법 예고는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우선 양 기관이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수업자료 개발, 교육과정 연구 등 그 책무가 고도의 학교 현장성과 교육 전문성을 요구하는 만큼 이를 이끌 원장은 현장 교육경험이 풍부한 ‘전문직’이 보임돼야 함에도 이를 간과한 처사이다. 특히 각시도 교육연수원장과 교육연구정보원장, 과학직업교육원장 등은 전문직 중에서도 전문직이 맡아야 하는 교육전문성이 충실히 담보되어야 하는 직위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 학교의 자율적인 운영을 위한 효과적 지원체제 구축을 위해 지방교육행정기관의 개혁을 동시에 추진하여 왔다. 이는 지방교육행정기관인 시·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의 학교지원 기능 강화로의 역할 변화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지원 기능의 핵심은 교육컨설팅, 장학 등의 학교 지원으로 교육전문직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교육 지원, 학교지원 및 교직원의 교육전문성을 함양하는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교육연수원과 교육연구정보원, 과학직업교육원 등이다. 일반직 공무원 등 직급이 높다고 아무나 맡을 수 있는 직위가 절대 아닌 것이다.
실제로 서울교육연수원장은 서울교육청 소속 7만 명에 달하는 교원 및 지방공무원, 사립학교 일반직원의 각종 연수를 관장하는 중요한 직무를 수행한다. 또한 서울교육연구정보원장은 교육과정‧교육평가, 교수 학습 및 평가 자료 개발, 교원 전문성 신장 자료의 연구‧개발‧보급, 인성‧진로교육 연구, 학교평가, 이러닝에 관한 사항 등을 관장한다. 이 같은 직무는 일선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핵심적인 업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책무의 중함을 넘어, 직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의 다양한 측면과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현장의 요구를 꿰뚫어 부응하는 고도의 전문성과 현장성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연수원과 연구원이 학교교육을 지원‧조성하는 조직이어야 하고, 교육전문직이 보임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서울교육청의 입법 예고는 교육과 교육 행정이 구분되어야 하는 직위임을 간과한 것이다.
이번 서울교육청의 입법예고에서 교육연수원장과 교육연구정보원장에 일반직 공무원 3급 이상을 원장에 보임할 수 있도록 허용한 규정은 학교교육을 지원하는 전문가 중심의 교육행정체제 구축을 바라는 현장 정서를 저버리고 일반행정 위주의 관리행정체제를 고착화 시킬 우려가 있다. 교육현장 경험이 없는 일반직 확대 일로의 인사 때문에 교육정책이 일반행정직 중심으로 수립‧진행되고, 제도와 정책이 학교 현실과 동떨어지고 있다는 현장의 비판이 비등해지고 있음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미 서울시교육청 뿐만 아니라 교과부를 위시한 각 시도교육청의 조직과 인력이 일반직 위주로 확대되면서 현장의 불만이 가중돼 왔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전문직 보임 확대를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그럼에도 되레 전문직의 영역에 일반직 보임을 확대하려는 것은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하고, 나아가 서울교육 발전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이번 서울교육청의 입법예고에 유의해야 할 점은 서울교육은 전국교육의 수범이고 표본이며 중핵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만약 이와 같은 서울교육청의 입법예고가 그대로 확정되어 교육연수원장과 교육연구정보원장에 일반직 공무원이 보임된다면, 그러한 사례가 16개 타 시ㆍ도 교육청에 일반화될 것은 명약관화하다는 점인 것이다.
물론 민선이고 직선으로 선출된 시ㆍ도 교육감의 인사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인사권이 존중받고 신뢰받기위해서는 종합젓 관점에서 현실을 감안한 합리적인 인사여야 한다. 또 교육감의 인사권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조직과 직무에 걸맞은 인사를 중용하는 전문성과 합리성에 입각해야 할 것이다. 투명성과 공정성 담보는 말할 것도 없다. 학교 교육의 실질적인 지원과 조성이 교육연수원, 교육연구정보원 등 두 기관의 핵심 기능이라는 점에서 교육경험이 풍부한 당연히 교육전문직이 보임돼야 하며, 나아가 기관 내 인력 구성도 전문직 보임을 확대해 현장감 높고 학교 지원에 충실한 교육행정을 구현하길 바란다. 분명한 사실은 양 기관이 교육전문성 신장을 위한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지 결코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여곡절 속에 새로 출범한 문용린 서울교육감이 이전의 곽노현 교육감의 교육 실험으로 야기된 시행착오를 답습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교육 정책은 연습이 아니다. 고도의 전문성과 기능을 바탕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문 교육감은 선거기간 학교현장을 중시하고 교원의 사기를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능력을 가진 인재에게도 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지당한 것이나 이번 입법예고의 핵심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다라서 서울교육감은 일반직 보임 규정을 철회하고 전문 교육행정을 펴는 것이 공약 실천의 길임을 숙고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일반직 확대일로의 인사 때문에 교육정책이 일반행정직 중심으로 수립·진행되고 제도와 정책이 학교 현실과 동떨어지고 있다는 현장의 비판이 많은 게 사실이다. 교육 전문 영역에 대해 일반직 진출의 문호를 열 것이 아니라 교육계의 지적대로 교육전문직 보임을 확대해 현장감 높고 학교 지원에 충실한 교육행정을 구현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교육은 어렵기는 하지만 서서히 발전해 가는 개선의 길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 서울교육이 대한민국 교육의 향도라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