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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우리 사회에서 젊은이들에게 가장 묵직한 짐이 되는 단어가 은퇴, 퇴직 등의 직장을 그만둔다는 단어일 것이다. 그 만큼 우리 사회에서 직장을 가진다는 것이 어렵고 또 그것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본다면, 은퇴라는 말은 참으로 잘 못된 말이 아닌가? 은퇴라는 말은 사전적인 해석으로는 다음과 같다.

은퇴 -[명사]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에서 퇴직하거나 은퇴를 하였다는 사람이라도 이 말의 뜻처럼 한가하게 지내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 않다. 더구나 사회적인 활동까지 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비록 지금까지 활동을 하던 일에서 물러나더라도 다른 사회적인 활동을 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록 돈벌이가 안 되는 일이거나, 오히려 돈을 소비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사회적인 활동까지 손을 떼어 버리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는 말이다.

본래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람이 살다보면 자기가 종사하던 현직에서 물러나서 그 직에서는 물러났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다른 일이나 활동을 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직장에 다닐 때에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웠던 봉사활동을 시작한다거나, 또는 평소에 관심은 있었지만 참가해보지 못한 취미클럽활동을 하기도 하고, 내 평생 이공계에서 벗어나 보지 못하고 살았던 사람이 퇴직 후 인문학에 심취하여서 열성을 다하는 경우 등이 그런 경우일 것이다. 이런 사람이 과연 사회활동에서 손을 뗀 것인가? 결코 그런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정년퇴임식을 하자는 동료직원들의 권유를 과감히 물리치면서 “나는 정년퇴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직(轉職)을 하는 것일 뿐인데, 왜 퇴임식을 해야 하느냐?”하고 마다하였고, 직원들의 송별연 장에서 전근가시는 선생님들을 차례로 소개 하고 나서 맨 나중에야 “저도 오늘부로 42년간 근무하였던 학교생활을 그만 두고 새로운 일자리로 자리를 옮겨 갑니다.”라는 말로 퇴임인사를 마무리 하였었다.

그 뒤로도 아직 퇴임을 하지 않은 후배들을 만나는 기회마다 “퇴임을 하면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고 묻고, 대부분이 흔히 하기 쉬운 말로 “여행이나 실컷 다니다가, 지치면 집에서 등산이나 다니면서 소일하렵니다.”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들려주는 말이 “남은 기간 동안 정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보고, 우선 건강한 신체를 만들어서 지금까지 해보고 싶었는데도 못해본 일을 하면서, 그것이 사회에 봉사가 되는 일, 보람이 있는 일을 찾아보시오.”라는 충고를 해주곤 하였다. 요즘처럼 인간의 기대 수명이 늘어나서 오히려 퇴직 후에 사는 시간이 더 많을 지경인데 하릴없이 등산이나 다니면서 보내겠다는 말이 너무 생각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은퇴라는 말이 너무 허무한 것이 아닌가 싶고, 요즘 은퇴하여 정말 은퇴자로 살아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제 우리가 은퇴라는 말을 좀 더 생각해보고 다른 말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은퇴자] 보다는 <퇴직자> 정도로 말이다. 일단 직장을 그만두었지만 다른 일까지 모두 접은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새로운 일을 시작하여야 할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새로운 말을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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