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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명절을 보내고

작은 올케에게.

주부들이 겪는 명절 증후군. 나도 여기에서 벗어난 지 몇 년 안 됐지만 올케 고생 많았어. 그래도 자네는 복 받을 거야. 쉽지 않은 시부모 모시는 일을 스스로 자처하겠다는 말을 듣고 요즘 사람답지 않는 자네가 미더웠으니까. 더구나 솜씨 있는 자네가 한 음식 잘 먹고 예쁘게 꾸며놓고 사는 모습이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올 설에 여기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이훈 아빠가 불편한 몸으로 왔는데 모두들 반갑게 맞아 주어서 더욱 고맙기도 하고…

맞이도 아니면서 맞역할을 하느라 고생하는 자네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어.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힘드는 동생을 보면서도 사람 사는 것이 고행과 다름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고. 그리고 엄마. 예전에 작은 아버지의 편지글 중에 ‘연로하신 할아버지 많이 위로해 드리고..’라는 문구를 봤는데 그때는 그 의미를 몰랐었어. 그런데 엄마를 보니 늙는다는 것이 서러운 일임을 좀 더 가까이에서 알게 되었어. 아무도 늙음과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마치 자기는 안 늙을 줄로, 나는 영원할 걸로 착각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어리석은 건지 현명한 건지.

하물며 직접 모시고 사느라 허덕이는 자네는 더욱 많은 생각을 갖고 있겠지. 부모는 열 자식을 거느리지만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못 모신다는 옛말이 실감나는 요즈음이지만 그래도 만족하며 사시는 엄마가 감사할 뿐이야. 자네가 가끔 성질을 부려도 엄마는 오히려 자네 머리가 아플까봐 그것이 걱정이고 그래서 가라앉기만 기다리며 또 밉지도 않다는 말이 나를 아프게 했지만. 약기운으로 세상모르게 주무시는 모습에 나의 무기력을 한탄하며 엄마의 불안과 우울은 자네만이 해결해 드릴 수 있으니 얼마나 올케의 부담을 가중시킬까!

늙음이라는 절대 약자 앞에서 이겨봤자 나의 약점만 노출시킬 뿐, 강자에게는 세게, 약자에게는 부드럽게 대하는 것이 진정 용감함이니 나는 강자에게 당당하게 나올 수 있을까 약자에게 따뜻한 가슴으로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라는 자문자답도 해 보곤 했어. 어쩌면 노인은 사형선고를 받은 자라는 말이 맞는지도 몰라. 이제 돌아가실 날만을 기다리고 계시는 엄마에게 무슨 힘이 있겠어? 그냥 엄마 성품대로 조용하게, 편안하게 해 드리며 간병인과 더불어 서로에게 방해받지 않고 살아가는 슬기로운 방법을 생각하며 마지막 가시는 길 우리 함께 도와드릴 수 없을까? 바쁘다는 핑계로 모든 것 올케에게 맡기고 자주 찾아보지 못한 점 이해하길 바라며 올해도 건강하고 좋을 일만 가득하길 두 손 모아 빌게.

2013. 2. 13. 시누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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