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더욱 깊어가고 더욱 고요하다. 새벽을 알리는 신호다. 깊은 밤이 없으면 새벽이 없고 고요함이 없으면 움직임도 없다. 깊은 밤과 고요함은 희망을 예비하고 있기에 어느 시간보다 귀중한 시간이다 싶다.
“생각만 하고 배움이 없으면 위태롭고, 배움이 있고 생각이 없으면 얻는 게 없다.” 공자의 가르침이다. 생각과 배움이 함께 가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배움은 선생님을 통해서, 책을 통해서, 친구를 통해서, 자연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 배움이 있은 뒤에 생각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얻는 게 있다. 얻는 게 없는 장사는 헛장사다. 그래서 늘 책을 읽고서는 생각의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이게 나를 살찌게 하는 방법이다.
우리 학교를 떠나시는 한 선생님께서 새해에는 책을 읽기로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정말 좋은 계획이었다. 배움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새로운 꿈과 새로운 도전이 뒤따르게 되니 더욱 발전하는 선생님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제 다른 학교로 가시는 선생님, 새로 오시는 선생님이 곧 있게 될 터인데 선생님이 섞이게 되면 새로운 공동체가 된다. 새로운 공동체 속에서 나의 마음가짐, 나의 자세, 나의 생각은 어떠해야 할까? 이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선생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은 너무 많다. 그 중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정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바둑에서 우선순위는 매우 중요하다. 순서가 뒤바뀌면 바둑에서 이길 수가 없다.
그리고 우리 선생님들은 무엇을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해야 할까? 가장 위에 두어야 할 가치는 사람이다. 학생이다. 교재도 중요하고 환경도 중요하다. 학교의 규율도 중요하다. 다 중요하지만 그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학생이다. 학생을 가장 중요시여기고 최고의 가치로 두면 좋을 것 같다.
선생님들은 대부분 자기에게 잘 하는 학생, 자기 마음에 드는 학생, 착한 학생, 말 잘 듣는 학생만 골라 좋아한다. 어떤 학생이든 모두를 좋아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마음이 굳은 학생, 비가 오지 않아 땅이 굳고 갈라지고 먼지 날리는 그런 땅을 가진 학생들도 좋아해야 한다.
아무리 굳은 땅도 녹일 수 있고 갈라진 땅도 다시 붙일 수 있고 먼지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부드럽고 좋은 땅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 그건 바로 비다. 물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물과 같은 선생님이 되면 어떤 학생들도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공동체에 소속이 되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익숙함보다 친밀함이다. 우리는 익숙함을 좋아한다. 익숙하면 생활이 편하다. 마음이 편하다. 하는 일에 부담이 없다. 하지만 익숙함에 젖어 있으면 변화가 없다. 새로움이 없다. 발전이 없다. 익숙함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친밀함이다. 처음 만나는 선생님도, 학생들도, 교직원들과도 친밀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빠른 적응이 되고 원만한 학교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다.
어느 누구와도 친밀해야 한다.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호불호를 따지면 안 된다. 익숙함을 기대하기 위해서라도 친밀감이 우선되어야 한다. 내가 먼저 친밀해야 하고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 마음의 문을 내가 먼저 열어야 하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특히 새로 맞이하는 학생들에게 친밀함은 학생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우리 선생님들은 섣불리 학생들에게 무엇을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선생님들에게 무엇을 얻으려고 해서도 안 된다. 어느 누구에게서도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주려고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얻으려고 하면 얻기는커녕 실망이 앞서게 된다. 내가 무엇을 줄 것인가?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무엇을 먼저 시작할까? 내가 무슨 꿈을 가져야 할까? 신학년도를 맞이하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