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휴 첫날인 삼일절날, 광교산을 찾았다. 마음 속으로는 광교산에서 봄을 찾으려는 것이다. 반딧불이 화장실에서 일행 4명이 모였다. 이 곳은 광교산을 찾는 사람들의 출발지다. 안산 모 고교 선생님들도 보이고 경기대 학생으로 보이는 단체 등산객들이 보인다. 봄맞이 등산객이다. 봄을 만끽하고 체력도 단련하고 친목도 다지고 일석삼조다.
경기대쪽 능선을 따라 오르다가 형제봉으로 향한다. 숲속 바람이 차갑다.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단 말인가? 얼음눈길이 녹아서인지 등산로가 질퍽하다. 등산화가 흙으로 범벅이 된다. 이게 봄이 왔다는 증거이다. 사람들은 진흙길을 피해 옆으로 다닌다. 큰 길 옆에 새로운 등산로가 생긴다.
문암골 입구를 지나 약수터 천년수에 도착하였다. 수질 검사 결과를 보니 부적합이다. 약수터를 관할하는 용인시에서 그 판정 결과를 크게 게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지만 일부 등산객들은 목이 마른지 물 한 모금으로 입을 축인다.
드디어 형제봉에 도착, 밧줄을 타고 바위에 오른다. 가족, 친구, 직장 등에서 온 사람들이 바위 오르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학교에서 온 학생들은 명찰까지 달고 단합을 과시한다. 형제봉 아래서 술을 파는 잡상인 천막이 보인다. 불법 상행위인데 이를 제지하는 공무원은 보이지 않는다. 음주산행은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
아직 이른 계절인지 광교산에서 봄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문암골에 계곡물을 보니 얼음장은 다 녹았다. 시냇물 소리가 봄을 알려준다. 문암골에서 네 명이 편을 갈라 윷놀이를 하며 봄맞이 행사를 하였다. 윷놀이는 생각보다 운동량이 크다.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것이 온몸운동이 된다.
광교산에서의 봄찾기가 아쉬워 지난 일요일 아내와 함께 칠보산을 찾았다. 이 곳에 있는 서울대학교 연습림은 언제 찾아도 신선하다. 기리다 소나무 솔잎길이 정겹다. 칠보산 딱따구리를 발견하고 촬영한 곳도 바로 이 곳이다. 고사목에서 딱따구리의 흔적이 보인다. 바닥에 흩어진 나무조각이 바로 그것이다.
칠보산 정상에 오르니 못 보던 표지석이 보인다. 올해 2월 3일 세웠으니 그 동안 칠보산을 찾지 않은 셈이다. 이제 하산이다. 칠보산에서 찾은 확실한 봄 흔적은 솔이끼 정도이다. 나무 밑둥을 덮은 초록이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진달래 꽃망울은 한참 있어야 펴질 것 같다. 도토리 하나가 등산로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칠보산의 봄, 버들강아지에서 찾았다. 나무는 쓰러져 있지만 버들강아지 줄기는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이게 생명의 신비다. 하루 이틀 지나면 버들강아지가 곧 눈을 뜨리라. 몇 년 전 태풍으로 쓰러진 수 십년된 소나무도 뿌리에 흙이 닿아 있어 그런지 솔잎이 살아 있어 초록을 띄고 있다.
수원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산인 광교산과 칠보산. 봄을 즐기려면 며칠 더 있어야 할 듯 싶다. 몇 주 지나면 진달래와 철쭉이 우릴 반겨 줄 것이다. 계곡을 따라 거닐다 보면 봄 야생화가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 주리라. 광교산의 족도리풀과 칠보산의 딱따구리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