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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논문 표절, 본인만 책임이 있나

우리나라 학위제도는 고등교육법과 동법시행령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학위의 종류는 학사 ·석사 ·박사 ·명예박사의 4종으로 되어 있다. 이 중 학사학위는 4년제 대학(교) 졸업자에게 수여되며 논문 제출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는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논문을 제출한다. 학위 논문은 곧 학문적 업적을 기리고 권위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학위논문은 학문상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는 글이다. 당연히 자신만의 독특한 업적이 기록되어야 한다. 남의 업적을 몰래 가져오거나 흉내 내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대학에서는 대학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선정된 심사위원을 구성하여 논문 심사를 까다롭게 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남의 논문을 자기 것처럼 쓰는 경우가 많다. 이를 표절(剽竊)이라고 한다. 논문 표절은 다른 사람이 쓴 학술논문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직접 베끼는 경우다. 연구 결과를 모방하면서, 마치 자신의 독창적인 산물인 것처럼 공표한다. 또는 인용 등을 하면서 그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자신의 것처럼 기술하는 경우도 많다. 학문적 업적은 독창성이 생명이기 때문에, 표절은 엄격히 말하면 도둑질과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논문 표절이 문제되기 시작한 것은 정부 고위직 임명 절차인 인사청문회 제도가 있고 부터이다. 이 자리에서 일부 학위가 표절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결국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국가대표 출신의 국회의원은 당에서 쫓겨나듯 탈당을 했다. 여배우는 석사논문 표절을 인정하고 학위를 반납하겠다고 밝혀 오히려 솔직하고 당당하다며 동정론이 일기도 했다. 목회 활동을 하던 교회 목사,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장, 스타 강사 등은 논문 표절로 자리에서 하차했다. 하지만 박사학위 논문 일부를 표절한 사실을 인정했으나 여전히 국가 고위직 공무원으로 혹은 국회의원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거나 우리 사회에서 논문 표절을 한 사람들은 피해가 크다.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의식의 부재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도덕적 책임은 물론 사회적 책임도 함께 지고 있다.
그러나 논문 표절은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논문 학위를 통과시킨 대학 교수들의 책임은 왜 묻지 않는가. 논문은 주제를 잡는 순간부터 교수의 지도를 받는다. 그리고 수시로 면담 및 지도를 받으면서 주제의 방향 등과 연구의 과정을 협의한다. 마지막 논문이 완성되었을 때도 교수는 인준 도장을 찍어 제자의 학위 논문을 세상에 내본다. 실제로 논문의 권위는 대학의 지도교수로부터 나온다.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교수의 지도를 받았느냐가 자랑이다.

현행 학위 제도는 석사학위의 경우에는 3인 이상, 박사학위의 경우에는 5인 이상이 행하는 심사에 통과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교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분야에서 오랜 연구 경력이 있고, 지도를 할 수 있는 교수가 선정된다. 이들에게는 후학을 가르치는 역할도 있지만, 지도 교수로 학문 탐구의 독창성 등을 엄격히 점검하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래서 소정의 심사비까지 지급한다. 이런 과정이 있는데도 표절 문제 때문에 지도 교수가 반성한 예는 하나도 없다. 학위를 받은 학생은 적극적으로 부끄러움을 밝혀도 지도 교수는 묵묵부답이다. 박사학위를 부정한 방법으로 받은 경우에는 대학원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박사학위를 취소할 수 있는 규칙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이런 규칙조차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대학은 논문 표절에 대한 반성과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반성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올바로 나가기 위한 의지의 표명이다. 지금처럼 적당히 숨어 있는 것은 대학의 자세가 아니다. 그리고 논문 표절을 예방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계획하기 바란다. 논문 지도 과정에서 표절의 부도덕성 등을 철저히 교육을 해야 한다. 논문 심사 과정을 엄격히 해서 논문 표절을 막고, 논문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의 학위 과정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일부 대학은 대학원 정원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입학 및 학사관리가 엉망이다. 그러다보니 논문 심사도 쉽게 해 입학하고 나면 누구나 학위를 받는다. 그리고 교육부는 논문 표절 예방 시스템을 가동해 표절이 빈번한 대학은 책임을 물어 학위 과정을 폐쇄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논문 표절의 사회적 의식도 강화해야 한다. 학문적 활동을 하지 않는 연예인들조차 논문 표절로 대중에게 사과하고 활동을 중단하는데, 여전히 일부 표절 당사자들은 교수가 되거나 학문할 목적이 아니었다며 높은 지위를 활보하고 다닌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표절이 발각되면 학계나 공직에서 추방당한다고 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논문 표절이 발각되면 모든 직에서 영원히 추방당한다는 윤리 의식이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2만불 소득에 세계 10위의 수출 국가라고 떠들고 있다. 실제로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룩한 선진국이다. 그러나 논문 표절을 한 사람들이 버젓이 공직에 있고, 사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 선진국은 요원해진다. 진정한 선진국은 돈으로 되지 않는다. 의식도 높아야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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