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기는 자기주장의 시기이기도 하며, 훌륭한 어른이 되기 위한 첫 관문이기도 하다. 자기 주장이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의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자아가 성장하고 발달할 때 보이는 행동이므로 아이가 반항기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면 ‘드디어 내 아이가 날아갈 준비를 하는구나!’ 하고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인간은 반항기를 거치지 않고 자립할 수 없기 때문이이다.
자립하지 못하면, 자아가 정립되지 못해서 다른 사람들 말에 휘둘릴 수도 있고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부모나 가족에게조차 마음껏 반항하지 못하고 자란 사람 중에는 사회를 향해 일종의 자포자기적인 반항, 즉 비행이나 범죄를 일으키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폭주족도 사회를 겨냥한 일종의 자포자기적 반항의 일종이이다. 불량스러운 폭주족들 가운데는 사춘기 때 부모에게 충분히 자기 감정을 터트리지 못해서 그 울분으로 똘똘 뭉친 아이들이 많다는 것은 주목할한 하다. 부모에게 마음 놓고 반항하지 못하면 자아를 확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니 이때는 아이들을 어른이라는 권위만으로 마음의 상처를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소설이나 시인 같은 작가는 글을 쓰면서, 예술가는 그림이나 조각, 음악 같은 자기 작품을 통해 자아를 표현하고 자기주장을 한다. 자기 주장의 형태는 실로 다양해서 스포츠나 연기, 문장 등으로 표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에 비해 사춘기 반항은 청소년기에 겪는 매우 미숙하고 원시적인 자기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예술가들은 선인의 작품과 사상을 부정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사람이 많다. 뛰어난 예술가들은 앞선 시대의 사상과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는 노력을 한다. 반항기 아이의 관점에서는 부모가 바로 앞선 시대의 사람들이다. 그런 아이는 부모를 통해 ‘나는 이렇다!’고 자기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사춘기 아이는 반항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부모를 넘어설 수는 없다. 그러므로 아이가 자기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반항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그 주장을 인정해 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부모를 뛰어넘을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반항기는 꼭 거쳐야 하는 인생의 중요한 관문이다.
인간은 반항하면서 자아를 성숙시켜 나가고 확립시켜 나가는 존재이다. 아이가 훌륭한 성인으로 자립하길 원한다면 아이의 반항을 겁내지 말고 적극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술가를 예로 들었지만 평범한 한 명의 사회인으로 자립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내 아이가 한 사람 몫을 충분히 해내는 사회인이 되지 않길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네다섯 살 무렵의 반항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사춘기의 반항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다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