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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시인의 책에서 캐낸 보석 같은 말들

'정호승' 님의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를 읽고

- 사람을 살리는 말, 죽이는 말 -

헨리 애덤스는 "교사의 영향력은 영원하다. 그 영향력이 어디에서 멈추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설파했다. 애덤스의 말이 아니더라도 교사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교사의 말 한마디에 학생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정호승 시인도 중학교 2학년 때 김진태 선생님으로부터 "호승이 너는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시인이 될 수 있겠다."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시인이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53쪽)

국민가곡 '목련화'로 유명한 성악가 엄정행 교수도 스승의 말 한마디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람이다. 엄 교수는 원래 체대생이었는데 키가 자라지 않아 부득이 음대로 전과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체육수업을 받던 그가 하루아침에 성악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지도교수인 홍진표 교수가 엄 교수가 노래하는 것을 듣더니 "정행이 네 목소리는 힘차고 참 좋구나."라고 칭찬을 했다고 한다. 홍 교수의 그 한 마디에 엄정행 교수는 희망이 생겼고 피나는 노력을 하여 오늘날의 유명한 성악가가 되었다고 한다.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을 읽으며 그동안 나는 학생들에게 용기가 되는 말을 과연 몇 마디나 했는지 자문해보았다. 23년 간 교단에 서면서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 아이들을 무시하는 말, 아이들을 비하하는 말을 얼마나 많이 뱉어냈을 지를 생각해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어떤 학생은 내가 한 말 때문에 좌절을 겪었을 테고, 또 어떤 학생은 내 말 한마디에 자신의 꿈을 접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교사의 말 한마디는 대통령보다도 자신을 낳아준 부모의 말보다도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교사의 말 한마디는 그 힘이 막강하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학생들에게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말이다.

- 무엇을 시작하기에 충분할 만큼 완벽한 때는 없다 -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란 말 있다. 무슨 일이든지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일을 끝마치기는 쉽다는 뜻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홍콩의 유명한 영화감독 왕저웨이는 시나리오가 미완성인 채로 영화를 촬영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어느 날 기자가 왕 감독에게 왜 좀 더 완벽하게 준비해 놓고 시작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왕 감독의 대답이 걸작이다.

"그래, 준비가 시작이야. 일단 저질러놓고 보는 거야. 때론 그런 용기가 필요한 법이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39쪽)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말일 것이다. 우리나라 건설업에 불패신화를 이룩한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해봤어?"라는 말도 결국은 이런 실천 정신을 강조한 것이리라. 정주영 명예회장은 어떤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불가능하다며 만류하는 임원들을 불러 반드시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그 일 해보긴 해봤어?"

무슨 일이든 해보지도 않고 미리부터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정주영 회장의 충고였던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정주영 회장의 충고는 바로 나에 대한 충고였던 셈이다. 그동안의 나는 어떤 일을 해보지도 않고 이 일은 안 될 거야. 저 일은 불가능할 거야. 이렇게 단세포적으로 판단하고 포기했던 것이다. 내가 일찌감치 이 책을 10년 전에만 만났더라도 지금쯤 내 인생은 크게 달라져 있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살리는 길 -

홀로코스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정권이 유태인들에게 저지른 끔찍한 사건을 지칭하는 말이다. 무려 600만 명을 학살하여 그들의 살로는 비누를 만들고, 그들의 뼈로는 쇠못을 만들어 전쟁물자로 공급했던 천인공노할 만행인 홀로코스트. 정호승 산문집에는 이처럼 끔찍한 유태인 수용소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란 책의 내용이 잠깐 언급된다.(- 297쪽)

빅터 프랭클 박사는 매일 수백 명씩 가스실로 불려나가는 투표에서도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가 사형수를 뽑는 투표에서 뽑히지 않은 이유는 간단한 것이었다. 바로 타인에 대한 사랑과 자기희생 때문이었다. 프랭클 박사는 매일 조금씩 나오는 빵을 모아두었다가 그걸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자신도 눈이 뒤집힐 정도로 배가 고팠지만 자신보다 더 배고파하는 수용자들을 위해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빵을 나누어준 것이다. 결국 수용소에 있던 사람들은 빅터 프랭클 박사의 빵을 얻어먹으려고 사형수 투표에서 그를 제외시켰던 것이다.

프랭클 박사가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빵을 자신이 모두 먹었다면 아마도 가스실로 끌려가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 이치란 모두 같다는 생각이 든다. 늘 자신을 희생하고 자신이 손해를 보아야만 세상은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 말이다.

- 걱정은 작은 돌 하나도 옮길 수 없다 -

걱정은 걱정을 낳는다. 걱정은 눈덩이와 같다. 굴리면 굴릴수록 커진다.(- 367쪽) 또한 근심과 걱정은 자신을 파괴한다. 미국 콜로라도 주에 수령 400년이 넘은 거목이 어느 날 힘없이 쓰러졌다. 수많은 태풍과 폭풍우에도 끄떡없던 그 나무를 쓰러뜨린 건 놀랍게도 작은 딱정벌레였다.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죽어버리는 그 작은 벌레에게 400년이나 된 거목이 쓰러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을 쓰러뜨릴 가장 큰 힘을 지니고 있는 게 바로 작은 벌레인 근심과 걱정이라는 작가의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세상에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은 아마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젊은이도 늙은이도 모두가 걱정을 안고 산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걱정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1% 미만이라고 하니 걱정은 정말 쓸데없는 걱정인 셈이다. 앞으로 나 자신도 쓸데없는 기우를 줄이고 세상을 좀 더 대범하게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구절이다.

- 마치는 말 -

오랜만에 참 재미있고 교훈이 되는 좋은 책을 읽었다. 주옥같은 76편의 글들을 읽으며 내 녹슨 사유의 세계에도 잠시 서광이 비치는 듯하다. 특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라면 한번쯤은 시간을 내여 읽어보면 수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문제는 앞으로 책의 내용을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실천하고 응용할 것인가이다. 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하나하나 반추하면서 천천히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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