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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비래스타일이란 제목으로 우리학교 젊은 교사들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8월말이기에 아직 강남스타일이 대중화가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강남 스타일 원본에 출연하는 사람처럼 옷차림도 다양한 모습으로 준비를 하여 멋지게 추고 있는 것이다. 보는 사람들도 신명이 나서 함께 흔들며 흥에 겨워한다. 이어서 나의 교직생활 40년을 스토리텔링으로 꾸며서 율동과 카드로 표현을 할 때에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교육자로 특별히 내 세울 것도 없는데 내 자랑만 하는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이 소중한 시간에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기 위해 참석해 주신 분들께 감사한다. 더구나 평교사로 정년퇴임하는 교육자의 자긍심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젊은 후배들이 이렇게까지 많이 준비를 하고 노력을 하였다는 점에서 가슴 저미어 오며 그동안 교직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짧지 않은 기간이기도 하였지만 나와의 인연으로 만났던 제자들에게 교육자로서 부끄러운 점이 많았다. 교육에 대한 욕심이 앞서 너무 심하게 나무란 일, 나쁜 짓을 하였다하여 회초리로 심하게 때렸던 일, 바쁜 업무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판단하여 불편부당하게 처리하였던 일, 나의 감정에 치우쳐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여 아이들을 주눅들게 하였던 일, 편애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였지만 알게 모르게 차별대우를 한 일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싶다. 아이들의 특성과 특기를 찾아 그들이 즐기고 좋아하는 희망과 꿈을 성취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도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앞서는 것이다.

평교사로 정년퇴직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40여년을 교직생활 하면서 퇴직하는 모습을 숫하게 많이 보아왔다. 한 때는 학교강당이나 큰 식당에서 퇴임식을 갖는데, 제자들의 퇴임관련 축하 공연과 선생님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다양한 발표로 떠나시는 분과의 애틋한 석별의 정을 나누는 것이다. 또, 퇴임식에서 축사, 격려사, 기념패, 감사패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동료교직원의 선물, 제자들의 선물 등으로 2세 교육에 헌신적으로 노력하였던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그대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근래에는 간소하게 식당에서 퇴임식을 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이제 교직생활을 함께 하였던 분들이 하나 둘 정년퇴직이나 명예퇴직을 하는데, 퇴직이 언제부터인가 하루빨리 교단을 먼저 떠나는 것이 복 받은 일이라며 부러워하는 세태가 되었으니 세상이 변해도 참 많이도 변했다. 60~70년대만 하여도 선생님은 ‘군사부 일체’라 하여 스승존경 풍토가 있어서 봉급은 다른 공무원들에 비해 부족하였지만, 지역사회의 존경받는 사람으로 대우를 받게 되어 나름대로 자긍심을 가지고 생활을 했다. 학생들 또한 선생님을 잘 따르면서 학교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한 학급인원이 50명 이상이 되어도 힘들다하지 않고 사명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지도를 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20여 명 남짓한 아이들도 다루기 힘들다며 혀를 내두르는 현실이다.

돌이켜 보면, 교직생활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은 수석교사제가 법제화되었다는 데에 보람을 느낀다. 수석교사제란 아이들과 교실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아이들 지도에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학생교육에 혼신을 다하여 교육열정을 불사르는 교사에게 존경과 예우를 해 주고자 하는 것이 바로 수석교사제인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아이들 교육에 소신을 가지고 평생을 열심히 성심성의껏 지도를 잘 하였지만, 승진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 쓸쓸히 교단을 떠나는 훌륭한 선배님들을 숫하게 많이 보아왔다. 쓸쓸히 물러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늘 교원승진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항상 마음에 새기곤 하였던 것이다.

승진을 위한 각종 불합리한 점수 제도에 대해 교육부나 시교육청 한국교육신문에 수없이 많은 글을 투고하여 기사화 되었지만 제도의 개선은 쉽지 않았다. 노무현정부 때에 교육혁신위원회 주최(한국교육신문 2006년 3월 13일자 1면) 3월 7일 오후 대전시교육청에서 열린 ‘교원정책 개선 지역 순회 토론회’에서 나는 청중과의 마지막 토론 제안자로 “교사직과 관리직이 단선형으로 혼재돼 평정의 적합성이 문제가 되고 있기에 교장임용방식을 교직 생애 발달에 맞게 전문성을 심화하고, 교단 우대 차원에서 수석교사제 도입을 강조”하여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갈채로 수석교사제의 제도도입에 도화선이 되었던 것에 가장 큰 자부심을 갖는다.
 
나는 초창기 전국초등수석교사협의회 회장으로 교과부 수석교사제시범운영을 2년 동안 이끌어 왔다. 2010년 3월 17일 제1차 청와대에서 개최된 교육개혁협의회에 참석하여, 학생교육을 위해 열심히 노력을 했지만 승진을 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실패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는 교원승진제도의 단선제가 2원화 및 다단계화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주장하였다. 즉, 교사→교감→교장으로 이어지는 단선제에서 교수직렬(교사-선임-수석)과 관리직렬(교사-교감-교장)의 2원화가 절실히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또, 2급 정교사로 임용되어 1급 정교사로 승진 후 교감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40여년을 평교사로 퇴직해야 하는 현재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던 것이다. 이에 교과부 장관의 후속발표에서 2원화 할 것을 분명히 밝히고, 시범운영하는 수석교사도 연차적으로 전국의 초중등학교에 수석교사를 배치하여 대폭 확대 임용한다는 발표가 있었던 것이다.

수석교사제 법제화 교과부 TF팀에 전국수석교사 대표로 참석하여 교과부 수석교사제 시범운영 1,2기 결과를 토대로 교원승진 시스템을 관리직렬과 교수직렬로 2원화하여 법제화에 초석을 놓고자 하였지만, 일부 교육학자들의 탁상공론식 이론과 2대 전국수석교사회장단이 직급보다는 교장에 준하는 예우를 원하였기 때문에 직급이 없는 수석교사제로 제도화 되어 지금도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내하고 있다. 뒤늦게 잘못된 제도임을 깨달은 한국수석교사회에서 헌법소원을 하였지만 잘못 꿰어진 첫 단추를 바로 끼우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분골쇄신하는 아픔으로 당시 수석교사제 법제화 교과부 TF팀에 참석하여 활동하였던 일들을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역사에서 사라지고 만다는 절박함에 정년퇴임기념 수필집『최수룡의 맛있는 교단일기』를 발간하였다.
 
정년퇴임식에 참석한 가족과 친지 및 동료, 대전초중등수석교사, 30여 년 전 제자들과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제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눈망울이 곱기만 하다. 오늘은 교육자로 한평생을 교단에서 생활하였다는 점에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보는 날이다. 정년퇴임을 축하해 주기 위해 오신 분들께 아이들에게 못 다한 사랑을, 영원한 사랑의 시작을 이제부터 차근차근 하겠노라며 기념문집에 정성스레 사인을 하여 드렸다. 교육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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