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교육청이 문제 유출 학원을 사실상 '영구 퇴출'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근래 서울의 일부 학원이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문제를 유출한 정황이 포착돼 국내 시험이 연속 취소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강력한 예방책을 강구한 것이다. 지난 5월초 서울교육청은 SAT학원 특별 점검 결과, 학원 2곳을 폐쇄하고 6곳에는 과태료 1천200만원, 22곳에는 벌점을 부과한 바 있다. 나아가 서울교육청은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부정으로 문제를 유출하고도 오히려 자ㆍ타의적으로 '족집게 학원' 등으로 소문나면서 인기 학원이 되거나 학원 간판만 바꿔달아 영업하는 고리를 끊어 불법행위자는 학원가에 발붙일 수 없게 할 방침이다. 교묘한 부정 행위를 엄단하려는 행정적 조치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검찰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새로운 SAT 교습과정 운영학원의 등록을 제한하고, 문제를 일으킨 학원이 설립자 명의나 위치만 바꿔서 재등록하는 이른바 ‘치고 빠지기’식 행태도 금지하고 엄단하는 내용의 'SAT교습학원 정상화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 SAT 학원 운영에 관한 적법 운영 준수 각서를 받기로 하고, 무등록 학원은 즉시 폐쇄 조치하고 불법 시설임을 알리는 게시문을 공표하기로 했다.
아울러 그동안 문제를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학원 12곳에 대해서는 집중 점검을 시행할 계획이다. 또 63개 SAT 학원 전체에 대한 특별점검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또 여름방학을 맞아 유학생들이 일시 귀국해 학원에 몰려 여름 성수기를 이루는 오는 6∼8월에는 시내 전체 학원을 상대로 특별점검을 하기로 했다. 현재 시내에 등록된 SAT학원은 모두 63개로 모두 강남지역에 있다. 부정 학원에 대한 발본색원의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또한 학원에 대한 감찰 활동을 강화해 SAT 문제가 유출됐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사법기관 수사를, 교습비 등을 과도하게 받는 학원은 세무조사를 의뢰하는 등 관련 기관과의 공조체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교육청은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SAT학원이 밀집한 강남교육지원청 등 지역교육지원청 시달했다. 또 추후에는 SAT 학원장들을 불러 특별연수를 시행하고 더불어 문제 유출에 개입하거나 불법 유출된 문제를 수강생들에게 가르치지 않고,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형사처벌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을 계획이다. 이번 연수에 불참한 학원에는 교육청 직원이 직접 방문해 각서를 받고 학원 법령 위반 여부도 함께 점검한다. 이처럼 서울교육청이 SAT 학원들에 대해 강력 처방을 내린 것은 일부 학원이 시험문제 유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버젓이 고액의 수강료를 받으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만연된 공권력을 우롱하는 부정한 행태를 뿌리뽑고자 하는 것이다.
과거 관행처럼 굳어버린 부정행위가 발각돼도 잠시 문을 닫았다가 간판이나 설립자 명의, 학원 위치만 바꿔서 다시 문을 여는 '꼼수' 역시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인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불법 학원 운영과 문제 유출 부정을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제재를 가할 계획이다. 이을 통해 서울시교육청은 궁극적으로 학원들의 자정(自淨) 노력으로 불법 문제 수집·유출 자제, 문제유출 강사 채용 제한, 교습시간 준수, 적정 교습비 징수, 공정한 학원 운영 등을 유도할 계획이다.
모름지기 평가의 변하지 않는 가치와 대전제는 공정성 담보이다. 최근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충남교육청 교육전문직 임용시험 문제 유출 등 크고 작은 문제 유출 부정은 우리 사회의 사회악으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가 공인 평가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SAT 주관사인 칼리지보드(College Board) 등은 투철한 공인의식을 바탕으로 문제 보안과 평가 공정성 담보에 추호의 틈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 등 공공기관에서는 평가의 부정을 자행한 자(기관)에 대해서 상응한 패널티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평가(evaluation)는 문자 그대로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평가의 본질을 외면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 고득점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이 아니라, ‘바른 길로 서울을 가야’하는 것이다. 아무리 학원이라도 자라는 학생들에게 곧고 바르게 가도록 공정성의 가치를 심어줄 책무가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 미래의 주역에게 심어주는 공정성의 담보는 ‘돈(영리)’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바람직하지 못한 관행이 ‘곧고 바르며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 우대 받지 못하고 존경받지 못하는 점이다. 법령과 질서와 도덕을 준수하는 사람이 우대받는 사회가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이다. 이러한 공정 사회는 한 두 사람만의 노력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민 모두의 의식과 언행이 바로 서야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평가의 공정성 담보가 서울교육청, SAT학원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고 평가 관련 전 행정 기관, 공공 기관에서 준수되어야 하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특권과 부조리 그리고 부정이 사라진 세상이 공정 사회이자 행복한 세상의 출발점이다. 그 아름다운 가치 교육을 위해 가정, 학교, 사회, 국가 등이 혼연일체가 되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