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권력을 잡기 위하여 온갖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흔히 교사들은 정치보다 교육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쉽게 한다. 그렇지만 진정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교육을 실천하는 일은 쉬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교사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기는 학생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내가 맡은 아이들이 소중하다면, 먼저 지식을 준비하여 가르치기 전에 학급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런지!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관계맺기의 첫 단추이다. 학급담임 업무를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학생의 이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꼭 기억하는 것이다. 데일 카네기가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 미합중국 체신부 장관을 역임한 짐 팔러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카네기는 팔러에게 ‘성공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열심히 일하는 거죠.” 카네기가 농담이 아니냐고 하자, 이번에는 오히려 짐 팔러가 물었다. “당신은 나의 성공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데일 카네기는 “선생님께서는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이름을 첫 글자만 듣고도 아는 것은 물론, 얼굴까지 기억하시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팔러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5만 명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짐 팔러는 그 놀라운 이름 기억력 덕분에 1932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선거 운동을 아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그에 힘입어 루스벨트는 영광스런 백악관의 주인공이 되었다. 팔러는 석유 외판원으로 여기저기 방문하며 돌아다니던 시절과 스토닉 포인트 지역에서 가게를 할 때 ‘고객의 이름을 기억하는 법’을 개발하였다. 방법은 무척 간단했다.
새로운 고객이 생길 때마다 그는 그 사람의 이름과 가족관계, 직업, 주소, 나이 심지어 정치적인 성향까지 면밀히 알아냈다. 그 후 수집한 사실들을 마음속에 그림으로 그려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그 고객을 만나게 되면, 1년이 지난 뒤라고 해도 악수를 하면서 가족의 안부를 묻거나 그의 신변에 대해 물었다. 그가 사람들에게 대단한 지지를 얻은 것은 당연한 일 이었다. 나의 경우는 아이들이 살아온 과정을 스토리로 엮어 역사를 기록하도록 한 경험이 있다. 그 속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서 아이들의 아픔도 기쁨도 읽을 수가 있었다. 2,30년이 지났는데도 그들이 기억되는 것은 이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의 이름을 잘못 부르거나 기억하지 못하면 큰 낭패를 보게 될 수 있다. 아마 일상생활에서도 상대방은 나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정작 그 사람이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당황한 적이 누구나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학생을 부를 때 "야! 이리 와, 학생, 이리 와"로 부르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이건 아니다. 주위에 많은 학생이 모여 있는데 야라고 부르면 누구를 부르는지 학생들이 어떻게 알아차리고 응대할 것인가?
“나이가 들어서 기억력이 떨어졌어요.”라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라는 마음과 함께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소중함을 의식하고 좋은 교육을 하겠다는 생각만 하게 되면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다. 당사자들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함을 가르치고, 내가 맡은 학생들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했다가 자주 불러주는 것, 아이들이 나에게 다가오는 첩경이다. 그러면 선생님은 장차 많은 친구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큰 찬사도 얻을 것이다. 그들도 언젠가는 어른이 되어 좋은 추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