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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배움을 나누는 사회 만들기' 국가가 앞장서야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9명의 학생들이 삼성 '드림클래스'수업을 마치고 왔다. 이 프로그램은 삼성이 300억원이라는 돈을 들여 인재육성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중학생이 1만5000명이고, 14개 대학에서 4700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번에 참가한 한 학생은 공부하는 방법 등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이다. 선생님으로는 소위 유명대학 학생들이 멘토로 참여한 것이다. 이처럼 지식을 나누는 프로그램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성장과정에 큰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을 위한 교육' TFA(Teach for America)를 모델로 한 것이다. 1900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학생 자원봉사기구 '필립 브룩스 하우스'가 출범했다. 처음엔 자선 사업을 하다가 대공황이 닥치자 가난한 사람을 직접 보살피기 시작했다. 돈이 없어 대학에 못 간 성인을 위한 교양 강좌부터 열었다. 110년이 지나 지금은 청소년 교육부터 법률과 보건까지 80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해마다 1200명이 자원봉사에 나선다고 한다. 하버드 말고도 미국 1000여개 대학이 1985년 자원봉사기구 '캠퍼스 협약'을 결성했다. 저소득층 청소년을 가르치고 노약자를 돌보기 위한 것이다.

이같은 활동으로 지역의 변화가 일어났다. 세인트루이스의 한 공립초등학교는 재학생 80%가 빈민촌 유색인종 아이들이다. 전국 평균점수를 받는 학생이 20%도 안 되는 학교였는데, 2008년 새내기 여교사 컬린 던이 1학년을 맡으면서 기적을 일으켜 화재가 된 기사를 읽었다. 그녀는 날마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수업을 준비했고, 밤마다 학생 평가하고 학부모에게 보낼 편지를 썼다. 덕분에 아이들이 2학년에 올라갈 땐 평균점수가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이후 던은 비영리 교육단체 '미국을 위한 교육(TFA)'의 일원이었다.

올해로 창립 20년을 맞는 TFA는 대학 졸업생이 극빈층 학교에서 2년간 근무하는 프로그램이다. 8200명이 연봉 3850만원만 받고 가르친다. 월가에서 고액을 만지작거려도 좋을 하버드와 예일대 졸업생의 18%가 지원했다. 창립자 웬디 코프는 "교육 불평등 해소가 우리 세대 시민운동의 이슈"라고 했다.

TFA에서 일한 졸업생은 정부 자원봉사 지원정책 '아메리코어' 혜택을 받는다. 학생 때 은행에서 빌린 학자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돈이 전부가 아니다. 계속 교사로 남거나 교육행정에 몸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사회를 위한 '소명의식'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사회도, 우리 나라 학생들도 이같은 모델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에서 유학하는 우리 학생들이 방학 때 오면 자원봉사에 나서는 일이 늘어났다니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미국 학생들의 봉사활동에서 보고 느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빈곤층 중학생을 가르치는 대학생 모임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에는 하버드 유학생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본받아 지난 해 서울대가 장학생 1만여명이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치는 멘토사업을 추진하기로 해 길을 뚫었다. TFA를 모델로 한 운동이 독일·중국·스페인·칠레에도 있다고 한다. 교육열이 높다는 우리 나라가 이 흐름에서 뒤처질 이유가 없다. 국가가 더욱 이를 위해 앞장서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강사로 참여한 학생들이 롤모델이 돼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배움을 나누는 사회는 희망이 있다. 문제는 청년들이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이다. 사회양극화 해결을 위해서는 이같은 현상을 잘 읽어내고 나름대로 소명을 다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의지와 열정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가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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