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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견물생심의 유혹, 이겨내고 있는가?

새로 산 면도기를 보며…

견물생심(見物生心)이란 말이 있다. 좋은 물건을 보면 갖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 것이다. 견물생심은 죄악인가 아니면 본능처럼 자연스러운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좀더 편리함을 추구하려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인가?

면도기 하나를 하나 샀다. 대형매장에 들렀다가 판매원의 권유에 의해 산 것이다. 5중날 쉬크면도기인데 단가 3만 6천원을 1만 9천원에 판다고 한다. 제품을 보니 면도기는 하나인데 5중날 면도날은 무려 8개다. 면도날 한 개에 2천원이 넘는다.


집에 쓰던 면도기가 있다. 1회용 면도기다. 몇 달째 쓰고 있는데 큰 불편함은 모른다. 그것으로 버텨도 되는데 편리함,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려고 구입한 것이다. 아침에 면도하다가 가끔 베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1회용 면도기는 아들이 선물로 사 주었거나 호텔에서 숙박 시 한 번 사용한 것을 재활용한 것이다. 한 번 사용하고 쓰레기통에 버리기가 아까웠던 것이다. 그냥 버리자니 지구 오염을 생각해 조금이라도 더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욕실을 보니 총각 때부터 사용하던 면도기도 있다. 아마도 큰형이 선물로 주었을 것이다. 면도날을 사서 직접 끼워 사용하는 것이다. 출장 중 동료교장이 이것을 보고 독일군인을 떠 올린 적이 있다. 튼튼하다. 그러나 면도날이 무뎌지면 새로 갈아 끼워야 한다.

면도의 추억이 떠오른다. 한 때 전기면도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전기코드에 꽂아도 되고 충전하여 써도 된다. 그러나 이것도 오래 사용하면 날이 무뎌져 면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회전 면도날을 사서 교체하기도 그렇고 하여 면도기 자제를 그냥 버리고 만다.


안방 옷걸이에 걸쳐진 혁띠가 눈에 들어온다. 학창시절과 총각시절, 작은 형이 쓰던 것을 물려받아 사용했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행사에 참석해 선물로 받은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혁띠를 사기 시작했다.

지금 세어보니 모두 여섯 개다. 하나는 스카우트 혁띠이고 나머지는 구입한 것이다. 바지에 필수인 혁띠. 혁띠 l하나로 이 바지 저 바지에 빼서 쓰면 될 것을 견물생심의 유혹에 빠져 구입한 것이다. 아마도 가격이 1만원이라는 저가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그 만치 세상이 풍족해졌다. 근검 절약이 철저히 주입된 세대인데도 물질의 풍요는 마음의 끈을 느슨하게 만든다. 경제적 여유를 누리는 것이다. 생활이 좀 더 편리해졌는지는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해이된 것 아닐까?

새로 산 면도기와 혁띠 여섯 개를 보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잘 살아 보자’고 외치던 것이 60년대, 70년대다. 오늘의 풍요를 즐기되 부족했던 시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견물생심의 유혹을 이겨내는 것도 생활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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