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특별시교육청은 9월부터 서울 시내 100여개 초‧중학교에서 재능기부단ㆍ교육기부단을 활용한 방과후 한자교육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서울교육청은 이미 지난달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과정과 중1 교과서에 포함된 한자어 설명을 위주로 한 한자교재를 개발해 시내 초·중학교에 보급한 바 있다. 아울러 퇴직 교원을 중심으로 한 삼락회원, 한자·한문 교사 자격 소지자 등으로 구성된 재능기부단이 한자수업을 맡도록 했다.
서울교육청의 방과후 한자교육 시행 발표는 우리나라 문화권이 한자문화권이며, 우리말과 교과서의 50% 이상이 한자어라는 점에서 교과서 속 한자어 낱말을 이해하는 수준의 한자 교육을 방과후 수업을 통해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매우 바람직하다. 또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등을 활용해 한자교육을 보완‧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더욱 바람직하리라고 본다. 즉 한글 교육의 보완 차원에서 한자 교육을 강화하면 그 효과가 더욱 고양될 것이다.
지난 1970년 한글 전용화 정책으로 한자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사라진 지 40년이 지났다. 현재 초등학교는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에 학교장 재량으로 한자를 가르치고, 중·고교에선 선택과목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능에서는 제2외국어 영역 한문과목을 채택하고 있으나 최근 그 채택률, 응시율이 10% 수준이다. 어렵고 딱딱한 과목으로 외면받다보니 현재 우리 학생들은 자기 이름, 부모 이름, 학교 이름 등 기초적 한자 활용도 구사하지 못하는 한자 문맹화 된 상태다. 이 때문에 현장 교원들은 우리말의 대부분이, 특히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의 50% 이상이 한자어라는 점에서 수업 진행과 학습 효과에도 비능률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한자교육을 강화한다고 우리말과 글, 특히 한글 교육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한자교육은 바른 국어생활, 풍부한 언어활동을 영위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한글만으로 표기했을 때 이해하기 어렵거나 동음이의어가 많아 국어 사용에 어려움을 주는 현실적 국어교육의 보완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매스컴의 보도 내용 심화적 이해, 교과 내용이 심화되는 상급학교에 진학해 교과서나 평가 지문을 이해하는데 유익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 한자교육의 지향점과 방향은 낱말의 정확한 이해, 즉 국어 어휘의 올바른 이해와 사용에 있을 것이다. 교과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개념어와 각 학년 학생들의 수준에 적합한 낱말들을 중심으로 한자교육을 실시해 학습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국어 어휘력과 학습 능률 향상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시행하는 것이 옳다.
분명히 한자교육과 한글교육은 상호 대립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윤택한 국어 사용과 언어생활을 위해 상호 보완적으로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교총은 교육당국이 한자교육을 섣불리 정규 교과화 하거나 일률적으로 시행해 한글 전용화 정책의 취지를 훼손하거나 학생들의 학습 부담, 사교육 부담만 가중시키는 일은 경계해야 함을 강조한다. 아울러 방과후 한자교육 시행에 더해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등을 활용한 한자교육을 보완‧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번 서울교육청의 방과후 학교 한자교육 시행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유의미한 정책이라고 평가된다. 한글교육과 한자교육의 상호 보완적 교육 효과 상승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동양 문화권, 한자 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 한자와 한자교육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 교육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특히 한자교육이 한글교육, 우리말 교육, 우리글 교육과 상치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오히려 한자교육이 한글과 우리말, 우리글 교육을 더욱 풍성하고 내실 있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향후 서울교육청의 방과후 학교 한자교육 시행과 강화가 초중등학교 국겅과 교과서의 주요 단어와 낱말에 에 한자 병기, 수능 제2외국어의 한문 과목 채택률 상승 등으로 확대되길 기대한다. 이를 통하여 한자문맹화가 심화된 학생들에게 기초 한자교육이 내실 있게 이루어지고 나아가 풍부한 국어 생활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실 초ㆍ중등교육의 한자교육 강화는 한글교육 소홀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다. 오히려 한글교육을 더욱 철저히 하고 내실 있게 한 후에 한자교육을 보완하는 상생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학생, 교원, 학부모, 한글관련 단체, 한자(한문) 관련 단체, 교육정책 당국에서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교육에서 한자와 한자교육은 외면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한글교육을 강화한 바탕 위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성화하려는 입장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