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추석이 지났다. 올 추석 연휴는 유난히 길어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다. 추석 명절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주부뿐만이 아닌 듯싶다. 우리 아이들 또한 친척들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로 적잖은 후유증을 앓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친척들끼리 만나면 으레 나오는 것이 성적과 대학이야기다. 그리고 학교생활에서부터 대학이야기까지 온갖 질문 공세로 즐거워야 할 명절이 마치 죄인 취급받는 기분마저 들 때가 많다. 그래서 아이들은 친구 집으로의 도피 행각을 벌인다. 친척들이 돌아갈 때까지 친구 집에 머물면서 긴 명절을 보낸다고 하였다.
긴 추석명절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학교에 나오지 않아 좋아할 줄 알았던 아이들의 반응이 의외였다. 소수 몇 명의 아이들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아이들은 긴 추석명절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눈치였다.
이유인즉, 아직 끝나지도 않는 대학입시에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이었다. 특히 같은 또래 사촌들끼리의 성적비교로 주눅을 들게 한다든지 이미 수시모집에 원서를 낸 대학과 학과에 대해 기죽이는 말을 해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고 하였다.
더군다나 9월 말부터 시작되는 중간고사와 수시모집 전형에 따른 면접과 논술 준비 등으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 내야 하는 것이 고3 아이들이다.
문득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는 이유로 입시지옥 때문이라고 한 십대의 이야기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조금이라도 입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이 우리 십대의 마음이다. 명절 때만이라도 아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명절이 그간의 스트레스를 힐링(Healing)할 수 있는 시간이 돼야 하지 않을까.
50여 일도 채 남지도 않은 수능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 아무튼 아이들의 명절 후유증이 장기화로 이어져 수능 공부에 큰 걸림돌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