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용노동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규약을 1개월 안에 시정하지 않으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조 아님’을 통보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보냈다. 전교조의 규약이 상위법인 노동조합법 위반이라는 것도 적시했다. 지난 4년여 간 시정령만 남발하던 고용부가 칼을 빼든 것이다. 이에 대해서 전교조는 즉각 기자회견과 보도자료를 내고 “국제 기조와 맞지 않는 비상식적 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고용부는 전교조에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위법한 규약을 시정하고 법상 조합원이 될 수 없는 해직자가 가입·활동하지 않도록 조치하라”며 통보하고 “한 달 후까지 적법한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노동조합법에 따라 ‘노조 아님’을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해직 교사 출신 조합원인 9명의 해직자가 전교조 지부에서 국장 등 직책을 갖고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확인했으며 이날 전교조에 이들의 명단도 전달했다.
고용부의 이번 통보는 이는 지난 번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설립 신고를 ‘해직자가 노조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반려한데 이은 또 한 번의 강력한 통첩이다. 그동안 정부는 전교조 측에 법에 위반되는 규약 수정을 여러 번 요구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시한을 못박은 것은 처음이다.
돌이켜 보면 1987년 전국교사협의회로 출발하였고, 1989년 출범하여 1999년 합법화된 전교조는 지금까지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유지해왔다. 현재 전교조에 가입된 해직 교사는 9명. 이에 고용부는 2010년 3월 이 규약을 개정하라고 전교조에 요구했고, 올 1월 대법원은 이런 고용부 요구가 정당하다며 고용부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전교조는 기존 규약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되어 왔다.
만약 전교조가 한 달 후까지 규약을 개정하지 않고 그대로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두면 고용부로부터 ‘노조 아님’을 통보받게 된다. 그러며 전교조 위상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현행법상 노조는 고용부나 지방노동청에 설립신고를 낸 뒤 법적으로 보호받는 노조가 되면 단체협약체결권 등의 권리를 갖는다.
하지만 만의 하나 전교조가 고용부의 조치에 따라 법외(法外) 노조가 되면 단체협약체결권을 잃고 노동조합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데다, 교육부와·교육청 등으로부터 사무실 임차료 등 합법적인 노조로서의 지위와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법외(法外)노조는 해고자를 조합원에서 제외시키는 등 노조법이 요구하는 조건을 갖추지 못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조. 단체협약 교섭권 등 법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지만, 강제 해체되거나 활동이 금지되지는 않는다. 즉 노조로서의 권한을 완전히 잃게 되는 것이다. 만약 극단적으로 전교조가 규약을 개정하지 않고 계속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수용한다면 차후 그 후폭풍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게 불 것이다.
즉 전교조가 규약을 고치지 않아 법외(法外) 노조가 되면 1999년 합법화 이후 매년 교육부·교육청과 벌여온 단체교섭을 할 수 없게 된다. 한 해 50억원 이상 받던 사무실 임대료 지원도 받지 못한다. 무엇보다 합법 노조원 신분을 잃은 교사들은 학교 허가 아래 전교조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전교조가 법 규정은 물론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하겠다면 합법 노조로서 누려온 혜택과 권리를 내려놓는 것이 마땅하다.
이에 대해 전교조 측은 법 해석을 유연하게 해 달라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 등을 들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행 노동조합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돼있고 교원노조법도 해직 교원은 조합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교조는 해직 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해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고 그중 핵심 요원은 전교조 전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10년 3월과 2012년 9월 전교조에 규약을 바꾸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고 올 5월·6월에도 면담을 통해 규약 개정을 촉구했지만 전교조는 듣지 않았다. 전교조는 법원에 소송까지 제기했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으나 그마저 묵살해버렸다. 노조원이기 이전에 학생들에게 준법(遵法)을 가르쳐야 할 교사들이 앞장서 국법을 어기고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해 노조 단체인 전교조 내에서는 규약 시정에 대해 찬반 의견이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일반 조합원들은 소수의 해직자를 보호하려다 조직이 위태로워질 수 있으니, 우선 준법을 하고 해고자는 다른 방식으로 구제하자는 의견이 주류인 데 반하여, 집행부와 강성 조합원들은 노조를 위해 앞장섰다 해직된 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면 투쟁의 원동력과 단결권, 명분을 잃는다며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규정 시정 여부를 놓고 전교조 조합원 간 치열한 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람직한 것은 전교조가 법을 준수하는 길이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가치이자 덕목이다. 전교조의 규정과 규약도 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효력을 가져야 한다. 법을 어기고 정부에 교섭을 요구하고 학생들에게 참교육을 한다는 것은 어울리지도 않고 지극히 이율배반적이다.
전교조 이제 강산이 한 번 반 정도 변할 만큼의 역사를 갖고 있다. 따라서 그 연륜에 상응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즉 강경 일변도로 교육부, 교육청 등 교육행정기관과 대립, 갈등을 야기하기보다는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바탕 위에서 교섭 등 요구 사항을 관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양비론적 입장에서 지지와 비판을 받는 전교조이지만, 냉철하게 접근해 볼 때 그동안 전교조가 풍찬노숙하며 오늘에 이르며 한국 교육 발전과 개혁에 일조한 것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교원 권익 증진과 학생들의 참교육을 위해 공헌한 바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교조가 법 위에 군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준법에 앞장 서야 할 것이다. 법을 지키면서 추후 법 개정 등을 통해서 집단 의사를 관철시키는 것이 정당한 방법인 것이다.
아무튼 이번 고용부의 전교조 규약 개정 요구에 전교조가 슬기롭게 대처해 주기를 기대한다. 교원들의 권익 증진과 학생들에게 참교육을 수행하려면 준법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고용부의 요구 통보가 전교조가 제도권 교원노조로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특히 전교조도 우리나라 법을 지키는 건전한 노조 집단이라는 인식을 교원, 학생, 학부모는 물론 전 국민들에게 심어주길 기대한다. 그 준법 위에서 전교조의 주장과 요구를 정부 당국에게 관철하고, 국민들에 건전한 노조로서의 믿음직한 신뢰를 담보하기를 소망하는 바이다. 아무쪼록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같은 고용부와 전교조의 대립이 바람직한 접점을 찾아 슬기롭게 해결되고 마무리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