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가 2017학년도 대입제도를 확정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9월 발표한 2015-2016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에 이어져 나온 대입제도 개선안이다. 따라서 국민적 기대와 열망이 지대한 것이 사실이다.
2017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의 주된 내용은 지난 8월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의 시안에서 밝힌 2017년 대입제도 개선안 중 문·이과 융합안의 도입을 유보하고, 현행 체제를 유지하면서 한국사는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절대평가로 하겠다는 결정이다.
아울러 이미 공표한 대로 수시 최저학력기준은 등급으로만 설정하되 과도하게 높은 기준은 완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며, 내년부터 학생부 신뢰도 제고를 위해 기재방식을 개선하는 내용이 골자이다.
이번 교육부의 2017학년도 대입제도 수능체제 현행 골격 유지는 교육계의 안정과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최소화한 것으로 바람직한 조치라고 사료된다.
또한 최근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문‧이과 융합 통섭 수능체제 변화에 따른 학교현장의 준비부족, 사교육 부담 우려, 학생․학부모의 혼란 등을 우려해 유보를 촉구한 학교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급격한 변화보다 제도적 안정성을 중시한 선택으로 기대가 크다.
다만, 현행 대학입시제도과 갖고 있는 근본적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대학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입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되는 바이다. 우리나라 현행 대입제도는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 쉽사리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을 전제하여야 한다.
교육부의 2017학년도 수능 개편안으로 ‘문ㆍ이과 융합안’은 학문간 융복합적 사고가 확대되는 시대적 상황과 학문의 사조, 학생들의 진로 측면을 고려할 때 방향성은 맞지만, 현재의 수능 성격을 국가기초학력수준의 평가 개념으로 명확히 정리하지 않고서는 통섭적ㆍ융합적 사고가 아닌 통섭적ㆍ융합적 지식을 요구하는 출제경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수능 준비에 따른 학생들의 학습 부담과 학부모의 사교육부담만 가중시키는 등 많은 부작용을 유발할 있음을 지적해 왔다. 현재 교육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이과 융합ㆍ통섭’이 고교보다 대학에서 선행되어야 한다는 요구와 지적을 귀기울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융합 수능체제에 따른 교과서 준비, 교사양성 체제의 개선 등 현장의 준비와 제반 여건이 형성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애당초 2017학년도 수능 문․이과 융합안 도입은 분명 시기상조라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았는데, 교육부의 최종 정책 결정에서 이러한 우려를 말끔하게씻은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치이다.
이번 교육부의 2017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의 방향은 과도한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대입제도에 얽매인 고교교육 정상화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일차적 목적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앞으로 우리나라 대입제도는 궁극적으로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대입제도가 고교 교육과정과 고교 교육 정상화와 연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고교 교육의 정체성을 살리고 고교 교육의 본질을 돈독히 하는 대입제도가 실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고교 교육과정과 대입제도를 타당서 있게 연계하려면, 우선 대입제도의 핵심인 수능을 대학 이전인 초ㆍ중ㆍ고 1ㆍ2학년 과정의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수한 학생들에게 기대되는 학업성취평가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학생부는 범교과적 사고능력을 측정하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단위학교와 교사에게 평가의 자율권을 주고, 학생이 이수한 고교 교육과정과 대학의 전공별 입학전형을 연계, 능력과 적성, 소질에 따라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위 학교장의 책무성도 강화해야 한다. 단위 학교와 학교장에게 책무성을 적용, 고과와 인센티브 제공에 적극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논술평가는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평소의 고교 교육과정만을 충실하게 이수해도 논술평가에 우수한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체제가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억지로 주입된 암기 지식이 아니라 창의력, 탐구력, 문제해결력, 의사결정력, 초인지(meta cognitive) 등 고급 사고력을 함양하여 논술력, 구술력 등을 신장할 수 있도록 교육의 방향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대학 진학에 초ㆍ중ㆍ고교 교육이 목을 매는 우리나라 교육 체제에서 대입제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학의 책무성이 강조돼야 한다. 전문교육이 본분인 대학이 가르쳐야 할 전문적 지식과 고급사고력을 수능이라는 굴레로 고교 교육에서 담보하려는 발상을 재고되어야 한다.
이번 교육부의 2017학년도 대입제도 확정방안 중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에 이어 학생의 시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절대평가를 도입해 등급만 제공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판단하고 기대한다. 한국사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되면서 학생들의 부담과 사교육부담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교육부는 차후 이에 대한 별도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표했으니 지켜볼 일이다. 한국사 과목 교육도 고교 교육 정상화의 바탕 아래 수능 필수화도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한국사 수능과 최적학력 수준 등급 활용이 국민과 민족의 정체성 확립과 핵심 역량 함양이라는 본질을 외면하고 무조건 쉽게만 출제하면 변별력의 상실, 시험을 위한 시험이라는 계륵이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교육부에서 차후 대입제도의 세부 정책을 수립 추진할 때에 유념해야 할 점은 현재의 수능을 포함한 대입제도로 인해 고교 교육과정이 왜곡되고, 공교육이 또 다시 파행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는 점이다. 고교 교육은 대입의 준비가 아니라, 보통교육의 완성과 핵심 역량 함양이라는 본질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입제도 개선이 고교 교육 정상화, 보통 교육의 정상화, 나아가 한국 교육의 바로세우기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것이 곧 제도 안정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번 교육부의 2017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은 현장 의견을 많이 반영한 결정으로 매우 고무적이다. 다만, 대학입시제도의 혁신, 대학책무성 강화 방향으로 점진적 개선돼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확정안이 시행되려면 수년의 기간이 있는 만큼 추진 과정에서 좀 더 바람직한 방안이 있다면 학생, 학부모들을 비롯한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부분적 수정을 거쳐 2017학년도 대입전형에 적용되기를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교육부의 2017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은 우리나라 대입제도 개선의 종료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 시작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