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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시래기에 대한 추억

얼마 전 e-수원뉴스 시민기자 워크숍이 강원도에서 있었다. 시민기자 모두가 카메라를 들고 취재 대기 중이어서 새로운 각도에서의 사진과 기사가 필요하다. 거진에서 점심으로 장터칼국수를 먹고 골목길을 기웃거리니 볼 만한 사진 하나가 나온다.

바로 자전거 위에 널린 무청 시래기. 골목길 자전거 두 대 위에 시래기가 올려져있다. 몸체, 안장, 핸들, 짐 싣는 곳 등 얹을 수 있는 모든 곳이 바로 건조대다. 그렇다면 이 자전거는 당분간 사람 타는 용도가 아니다. 용도가 전환되어 먹거리를 공급하는 받침이 된다. 문득, 서민들의 힘겨운 삶의 무게가 떠오른다.

그런데 기사를 쓰려고 메모리 카드를 검색하니 자전거 위에 놓인 무청 시래기 사진이 없다. ‘분명 셔터를 눌렀는데?’ ‘아, 그래서 확인이 필요하구나! 전문 사진사들은 촬영 후 자신이 찍은 사진을 확인한다. 이상 여부는 물론 원하는 대로 잘 나왔나를 확인한다.

시래기가 무엇인가? 무청이나 배추 잎을 말린 것이다. 못 살던 시절 곯았던 우리의 배를 불려 주었던 소중한 반찬이다. 유년기의 추억을 떠올리면 우리집 뒤뜰이나 부엌 기둥, 앞마당 그늘진 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그 당시는 귀한 것인지 모르고 가난의 상징이었다. 아니다, 부지런하고 알뜰한 주부의 소중한 반찬거리였다.


지금도 시래기는 풍부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어렸을 때 자주 먹던 시래기 나물. 이것도 평소에는 잘 못 먹고 잔칫날에 상에 올랐다. 어른들은 잘 먹었으나 어린이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시래기 찌개도 있다. 변변한 반찬이 없을 때 묽은 된장에 넣으면 훌륭한 건더기가 된다.

시래기국도 있다. 무청이나 배추 말린 것을 된장과 함께 넣어 끓이면 시원한 국이 된다. 일부러 이런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식이요법으로 지병을 치료하려는 사람들이다. 시래기떡도 먹은 적이 있다. 물에 물린 시래기를 쌀가루에 넣고 팥이 들어가는 떡을 만드는 것이다.

시래기는 음식을 만드는데 물고기와도 잘 어울린다. 시래기 메기탕, 시래기 붕어찜, 시래기 추어탕, 시래기 고등어 등이 있다. 물고기 살과 시래기맛이 어울려 식감이 좋은 것이다. 주위에는 일부러 이런 맛집을 찾아다니며 식탐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워크숍을 마치고 늦게 귀가하니 아내가 잔뜩 화가 나 있다. 귀가 도중 문자를 보내기는 하였지만 아내는 토요일, 일요일 빨래를 비롯해 집안 청소, 김치 등을 담그느라 기진맥진해 있었다. 워크숍이 놀러 간 것은 아니지만 미안하다.

앞베란다를 보니 무청이 신문지 바닥위에 놓여 있다. 시래기를 만들려 보다. 저렇게 놓아서는 곰팡이가 슬어 썩고 만다. 내조가 필요한 순간이다. 빨래 건조대엔 빨래가 널려 있으니 건조대를 만들어야 한다. 주위를 살펴보니 방울토마토 기둥으로 썼던 나무 막대가 보인다.

고장난 컴퓨터 위에 나무 막대를 놓아 수평을 잡았다. 그리고 그 양쪽에 무청을 널었다. 컴퓨터가 받침대이고 나무가 황태 말리는 덕장 가로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무청끼리 붙여 놓으면 통풍이 되지 않으므로 적당한 간격을 떼어 놓았다.

한국식품연구원의 연구 조사 결과에 의하면 시래기가 간암 억제 작용이 있으며 항암 작용도 한다고 한다. 시래기는 식이섬유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칼슘, 철 등이 들어 있는 우수한 식품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선조들이 식품을 잘 개발한 것이다. 김치를 담그고 무청을 쓰레기로 그냥 버리지 않고 시래기로 활용한 아내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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