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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가족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아내가 책장에서 종이를 꺼낸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딸과 아들이 유치원 다닐 때 쓴 글씨다. 가족의 사랑이 담긴 소중한 자산 중의 하나다. 그 종이 두 장과 함께 교육전문직 임용 후보자 선발시험 수험표 네 장이 나온다. 머릿속 시간은 과거로 여행한다.

아들이 쓴 종이 뒷면을 보니 1997년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4월 4주 주간교육계획안이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이야기다. 딸과 아들이 모두 유치원생이다. 아내는 초교 교사이고 필자는 ○○중학교 개교 교무주임이다. 아마도 아내는 퇴근길에 아이들과 함께 들렸나 보다.




전문직 시험 공부를 하는 아빠를 위해 딸과 아들이 격려 편지를 쓴 것이다. 그 종이는 자동차 앞 유리창 브러쉬에 끼워져 있었다. "아빠, 시험 잘 보세요" "우리 아빠 최고! 아빠 사랑해요!"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이다. 장학사 시험 잘 보아서 얼른 합격하라는 기원이다. 그것을 보니 힘이 팍팍 솟는다.

그러고 보니 장학사 시험에 합격하고 교감을 거쳐 지금 교장이 되어 있는 것은 가족의 응원 덕분이다. 1997년 개인 '10대 뉴스' 기록을 보니 여러가지가 나온다. 숙지중학교에 발령 받았고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며 전문직 시험에 불합격하였다. 독서지도 대상 특별상을 받았고 교도(상담)교사 자격연수를 받았다.

삐뚤빼뚤 글씨를 쓴 아들은 그 해 6월 뇌수막염으로 병원에 입원하였다. 얼마나 참을성이 있는지 의사가 주사기로 척수에서 수액을 빼내는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참아 낸다. 그러던 아들이 명문대학에 들어가고 군에서 제대를 하였다. 지금 어학 공부를 하고 있는데 내년 복학을 앞두고 있다.


수험표 네 장을 보더니 아내가 농담을 던진다. "당신, 장학사 시험 포기하지 않은 걸 보니 정말 끈질기네!"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탓하는 것일까, 칭찬일까? 사실은 전문직 시험 보려고 서류를 낸 것이 총 여섯 차례다. 1993년엔 서류만 내고 시험을 보지 못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1994년, 1996년, 1997년, 1998년 수험표. 필기시럼 보고 컴퓨터 실기시험까지 보았는데 최종 합격에서 고배를 마셨다. 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수원을 떠나 용인으로 갔다. 교사에서 전문직 전직을 포기하고 교감 승진을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1999년 다시 도전한 시험에서 합격하여 장학사로 전직하였다.

인생은 무한한 도전의 연속이다. 도전에서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에서 얻는 것도 많다. 실패했다고 인생에서 패배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인생을 생각하니 인천교대를 졸업하고 야간대학에 편입하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중등으로 전직하고. 이 모든 것들이 도전하여 이룬 것들이다. 

지금 교장이 되어서도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도전하는 사람만이 성취할 수 있다." "아는 것이 힘이지만 실천하는 것은 더 큰 힘이다" 그래서 학교 현관문 위에 표어를 붙여 놓았다. '도전은 즐겁다' '실행이 답이다' 무심코 나온 문장이 아니라 인생 50년 이상을 살면서 30년 이상의 교육적인 삶에서 나온 것이다.

품 안의 자식이란 말이 있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어쩌면 자식은 태어나면서부터 독립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대학생이 된 자식들은 각자 자기 공부와 인생에 몰두해 있다. 결혼 하지도 않았는데 독립하여 살아가는 것을 연습하고 있다.

오늘 18년전 딸과 아들의 편지를 보면서 가족사랑의 위대함을 생각해 보았다. 함께 나온 전문직 시험 수험표를 보면서 나의 인생을 돌아보았다. 인생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가족의 사랑 속에서 도전하는 나의 멋진 인생을 꿈꾸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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