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것은 모여 눈이 되지
정녕 그대 눈이 되어 내리나이다.
지나가는 바람의 가슴에도
그리움은 있겠지.
허공에 질러 흉곽마다
별을 부르는 그 수줍은 고백에 이르기까지
또 얼마나 누군갈 그리워했으랴.
춤 춰라 춤 춰라 주문 걸지 않아도
춤추는 바람 속을 흔들다
그 백일홍 잎잎의 그리움
당신, 그 안의 숲길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그대 정녕 눈이 되어 내리나이다.
저 하얀 눈송이 마음보다 가볍다고
저 마음 얼마나 위로하고 달랬을까.
저 하늘 오죽이나 아프고 아파서
가슴 빈자리 채울 길 없어 휘청거리는가.
달팽이는 나무아래에 온몸을 벗어두고
그리운 것은 모여 눈이 되었지
기억의 먼지가 살갗에 닿아
심장 저 깊은 곳에서 퐁당거리는 너는 누구인가
기린처럼 긴 침묵을 아무도 묻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