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세상을 살피는 가장 깊은 눈이며, 우리가 놓친 인간의 얼굴을 찾아내는 길이다.” 이 말은 황석영 작가의 어록이다. 이는 한국 문학의 한가운데 서 있는 작가의 삶과 작품이 던지는 질문이자 지금 우리 교육이 다시 주목해야 할 방향이다.
2025년 가을, 황석영 작가는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문화예술훈장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이 영예는 문화예술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예술가에게 수여되는 최고의 국가상이다. 문학의 사회적 역할과 공적 기여가 국가적 차원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1943년 생인 그가 80대 초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 작가로서 새로운 장편소설 『할매(Grandma)』를 발표하며 생애 후반의 창작 열정을 보여준 것은 교육적 의미가 크다. 이 작품은 단지 한 작가의 최신작이 아니라 지방 도시(군산) 소재의 600년 수령의 팽나무를 중심으로 한국의 역사와 인간·자연의 관계를 관통하는 서사를 펼치며, 우리 시대가 던지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 황석영은 한국 현대 문학의 거장으로 단순히 소설가를 넘어 격동의 역사 속에서 민중과 시대를 증언하는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그는 1943년 1월 4일, 당시 만주국 신경특별시(현재 중국 길림성 장춘시)에서 태어나 중고교 학창 시절 많은 학교를 옮겨 다니며 우여곡절의 배움의 과정을 거쳐 고등학교 퇴학 및 중퇴를 거쳐 검정고시를 통해 숭실대 철학과, 동국대 불교대학 인도 철학과를 졸업했다. 해병대에서 복무하던 당시 베트남 파병을 하고 병장 제대를 했다.
그의 생애와 문학은 한국 사회가 겪은 고통과 변화를 깊이 있게 담아내며, 민주주의와 통일, 사회 정의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그는 한때 방북(김일성을 가장 많이 만난 인사이다) 사건으로 국가보안법으로 5년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또한 외국으로의 망명 생활을 거쳐 귀국하기도 했다. 한때 13년 간의 옥고와 작품 활동 금지 조치로 어려움에 처했으나 후에 이를 극복하고 다시 집필 활동을 재개하기에 이르렀다.
황석영 문학의 중심에는 늘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와 타인에 대한 연민, 그리고 공동체적 성찰이 있다. 그의 대표작 『삼포 가는 길』, 『장길산』, 『한씨 연대기』, 『무기의 그늘』, 『오래된 정원』, 『철도원 삼대』, 『손님』 등은 분단, 식민 지배, 산업화, 빈곤과 같은 한국 현대사의 무거운 주제를 인간의 삶과 정서로 풀어낸다. 또한 광주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당시 금서로 지정되었으나 대학가와 운동권에서 널리 읽히며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데 기여했다. 이는 청소년들이 단지 텍스트를 읽는 행위를 넘어, 자신과 사회를 동시에 성찰하게 하는 힘으로 이어진다.
최근 『할매』는 인간이 아닌 존재(나무)를 중심에 두면서도, 그 생애가 인간과 자연의 관계, 역사와 생명의 연속성을 어떻게 담아내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선 감수성의 확장”이라는 새로운 교육적 가치를 제시한다. 예컨대, 팽나무가 기록한 600년의 이야기 속에는 전통적 역사서술에서 쉽게 놓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자연의 목소리가 스며 있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은 “역사는 사람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인간을 둘러싼 모든 존재의 관계의 연속”이라는 보다 넓은 시각을 배울 수 있다.
또한 황석영은 문학적 상상력과 현실 참여를 결합하며, 일제의 식민 지배 흔적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는 도시, 군산을 기반으로 한 문화운동 재단 활동을 통해 ‘세계 문학 플랫폼’으로의 실천적 의지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중단된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작가회의(AALA)’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며, 문학이 국경을 넘어 연대와 공감을 확장하는 수단임을 증명하고 있다.
정부가 수여하는 문화훈장과 같은 최고 예술훈장은 단순한 경력 포인트나 상장 이상의 교육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를 청소년 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면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안한다. ①최고의 훈장을 수상한 작가의 삶을 ‘성찰의 사례’로 가르치기 ②작품을 매개로 한 다각적인 워크숍 운영 ③작가 또는 전문가와의 직접 소통 기회 제공 ④문학창작 지역사회와의 연계 프로젝트를 통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청소년들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이 낳은 거장 황석영의 문학과 삶은 단지 한 작가의 이야기 그 이상이다. 그것은 자신과 타인의 삶을 동시에 들여다보는 깊은 성찰의 여정이다. 금관문화훈장이라는 국가적 인정은 바로 그 여정에 대한 사회적 존중의 표시라 할 것이다.
교육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일이다. 황석영의 작품은 우리에게 질문을 멈추지 않는 법을 가르쳐왔다. 이제 그 질문의 힘이 교실과 사회 곳곳에서 청소년의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우리가 함께 그 길을 모색할 할 때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