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2009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의 집단지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집단지성(集團知性)을 핵심역량으로 신장해야 함을 중점적으로 지향하고 있다. 21세기 세계화 시대를 이끌어갈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역량, 즉 바람직한 삶의 힘인 지혜와 슬기를 강조하고 있다.
과거의 우리 속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말이 있다. 공동체에서 무엇인가 일사분란하게 통일되지 않으면 일의 성취가 어렵고 큰 문제에 부닥친다는 예고적 메시지이다. 이는 어쩌면 상의하달식으로 윗 사람, 상급자들이 결정하여 명령, 지시하면 그대로 따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의 처리와 업무 수행의 방법이라는 점을 저변에 깔고 있다. 조직의 갈등과 대립이 조직의 업무 성취에 백해무익이라는 의미를 깔고 있지만, 오늘날 집단지성과 리더십의 입장에서 보면 일정한 조직의 건전한 갈등과 대립은 조직 발전의 활력소이자 기제인 것이다. 오히려 상급자 내지 의사결정자의 지시와 명령에 아무런 이의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다른 것이야말로 오늘날 가장 경계해야 할 백해무익한 추종자 리더십인 것이다. 사회학적 용어로 '공동묘지의 고요'가 만연한 조직은 조직의 활동력과 발전, 성장 등을 담보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의시결정자의 지시와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지 말고 그저 묵묵히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전제주의적 사고방식에 기반을 두는 진부한 리더십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은 이제 설 곳을 잃었다. 지시와 명령, 그리고 감시와 감독으로 대변되는 전통적 리더십은 이제 더 이상 기능과 효과를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누가 뭐래도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 혼자 수행하는 역할과 업무보다는 공동체로서 여럿이 수행하는 역할과 업무가 훨씬 더 효과적이고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전제거 집단지성의 기반이다. 어려울 때 지혜를 보태면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 이를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라고 한다. 최근 우리 교육과 교육과정에서 집단지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집단지성이라는 단어는 한 세기를 넘은 오래된 말이다.
미국의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William Morton Wheeler)는 1910년 출간한 '개미 그들의 구조ㆍ발달ㆍ행동'이라는 책에서 집단지성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휠러는 개미가 협업(協業)을 통해 거대한 개미집을 만들어내는 것을 관찰한 뒤 집단지성을 발견했다. 개체로선 존재가 극히 미미한 개미들이 군집(群集)을 통해 높은 지능체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또한, 제임스 서로위키는 '대중의 지혜(Wisdom of Crowds)'라는 책에서 "특정 조건에서 공공체로서의 집단은 개별체로서의 당해 집단의 가장 우수한 개체보다 우수하다"라고 주장했다.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도 비슷한 개념이다. 크라우드 소싱은 군중(crowd)과 아웃소싱(outsourcing)의 합성어로, 대중을 제품 생산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식을 의미한다. 세계적 가수 반열에 오른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의 성공이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KT 경제경영연구소는 "싸이는 안무가들에게 상금을 걸고 아이디어를 받는 '크라우드 소싱' 과정을 거쳐 '말춤'을 발굴했다"며 "제작 과정의 창의성이 성공의 요인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명히 21세기 세계화 시대에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배가 목적지에 더 안전하고도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곧 독불장군식 업무 수행보다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한 업무 수행의 장점인 것이다.
21세기 세계화 시대에는 전통적 리더십, 카리스마적 리더십에서 탈피하여 변혁적 리더십, 서번트 리더십, 섬김과 배려의 리더십을 실천하여야 한다. 소위 ‘소리 지르는 리더십’이 아니라, ‘부드럽게 보듬어 주는 리더십’을 지향하여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이순신 리더십, 신사임당 리더십, 김구 리더십, 박정희 리더십 등을 강조하는 것도 결국 집단지성과 섬김과 배려의 리더십을 지향하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리더십의 공통점은 하의상달식으로 섬김과 배려를 바탕으로 한 점이다.
흔히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외국에 유학하거나 국제적인 평가 등에서 혼자 하는 평가와 업무 수행에서는 탁월한 성적과 업무 수행을 하지만, 공동 학습과 공동 활동에서는 그 수행 성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 공동으로 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집단지성과 변혁적 리더십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society)는 둘 이상의 인간 관계에서 출발한다. 그 사회 속의 인간관계 속에서 상호 이해와 공감, 그리고 소통과 대화 속에서 함께 어울리며 더불어 사는 삶의 방법을 터득하도록 하는 것이 집단지성의 근본이다. 그러한 바탕 위에서 주어진 과제 해결을 위해서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탐구하고 의사결정을 하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중의(衆意) 수렴 과정 및 활동이 곧 집단지성이고 바람직한 변혁적 리더십이다.
집단지성과 변혁적 리더십은 개인별 점수와 성적에 집착하지 않고 함께 어울리고 배려하며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와 방법으로 스스로 탐구하도록 하는데 초점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집단지성을 강조하는 것은 분명히 혼자가면 빨리 가는 데 그치고 말지만, 여럿이 함께 가면 바르게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이다.